드라마는 사랑스럽게 시작했다.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라, 인생 교훈까지 얻을 줄은 몰랐다. 드라마 정보를 검색했을 때 서른 살 여자 셋이 연애, 결혼, 일을 고민한다기에 가볍게 생각했다. 좋아하는 정소민, 이솜, 박병은, 이청아가 나오고 김민석이라는 모르는 배우가 나와서 반가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가치는 '처음이라 서툴러도 걱정하지 말아요. 해 보는 것만으로 훌륭한 거예요.' 따뜻하게 격려하면서도, '사람마다 다른 길이 있어요. 다르다고 함부로 비난하거나 단정 짓지 마세요.' 단호한 조언을 주는 데 있다.
극에 몰입하며 하루를 정리하고 기분전환을 하는 정도로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드라마는 일상을 부드럽게 만드는 기능을 잃지 않으면서 허례허식을 버리고 주체적인 삶을 살라는 통찰을 선사했다.
수많은 명대사 중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결혼은 너무 많은 사랑이 얽힌 일이다."
이 한 줄로 여러 갈등을 따뜻하게 이해했다. 복잡한 상처는 곧 사랑으로 치환되었다. 결혼은 연인을 향한 사랑, 부모를 향한 사랑, 자녀를 향한 사랑, 형제를 위한 사랑 등 각종 사랑이 얽혀 있는데 그것들이 서로 충돌하면 처음의 사랑스러운 형태를 잃고 뒤틀려 보이기 쉽다. 결혼이 여러 사랑들의 집합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윤난중 작가의 통찰력이었다.
"한국 정서가 뭐가 중요합니까. 우리 정서가 중요하지."
우리 정서가 중요하다. 주변도 돌아봐야 하고 가족들 의견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라는 사실을 짚어주는 대사였다. 지호와 세희는 계약 결혼을 했다. 세희는 다달이 월세를 보장할 세입자가 필요해서, 지호는 보증금 걱정 없이 조금씩 월세를 내며 지낼 집이 간절해서. 둘은 어처구니없게 결혼을 해버렸다.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기에 사생활을 건드리지 않고 같이 식사도 안 하고 존댓말을 깍듯하게 했다. 나는 그들의 결혼생활이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결혼 전에 꼼꼼히 탐색하고 결혼 후에는 타인의 영역을 존중하는 모습이 좋았다. 둘은 최종 16회에서야 비로소 말을 트고 진정한 연인이 되었다. 인내 끝에 하는 반말이 어찌나 황홀했던지. 세희는 남자 주인공이고 지호는 여자 주인공이다. 작가는 전형적으로 여성적인 이름과 남성적인 이름을 서로 바꾸어놓았다. 남녀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라는 의도가 아니었나 짐작한다.
며칠 만에 다 본 드라마. 주체적인 삶과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배우면서도 종종 웃음을 터뜨리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