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외국에서 매일 읽었다던 애도 일기. 죽어가는 사람의 이백여 개의 단문이다. 마음이 힘들어서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단 한 권만 추천하라면 앞으로 이걸 꼽겠다. 한강은 힘들었을까. 이 책을 매일 읽어야 할 만큼 괴로웠을까. 이 책은 한 철학자가 죽어가고 살아남으려 몸부림치고 안타까워하고 사랑하는 과정을 담담히 기록했다. 처절했지만 울부짖기보다는 연주했다. 그는 육체를 부정하는 대신 질병을 인정하고 생을 찬란하게 껴안았다. 환자는 떠나기 사흘 전까지 이 책을 썼다. 모든 살이 발라지고 한 문장의 뼈만 남을 때까지. 죽을 때까지 썼다. 마음이 힘든 친구에게 이 책을 사 주고 싶다.
"4.
눈앞에서 문이 닫히고 모든 시끄러운 일상들이 문 뒤로 물러났다. 눈앞에 오로지 사랑의 대상들만이 남았다. 세상이 사랑의 대상들과 소란하고 무의미한 소음들의 대상들로 나뉘어 있다는 걸 알았다."
"202.
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그건 타자를 위한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병중의 기록들도 마찬가지다. 이 기록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도 남겨질 이들을 위한 것이다. 나만을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약해진다. 타자를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