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이상의 아름다움

<행복의 건축> - 알랭 드 보통

by 아륜

<500일의 썸머>에서 톰이 썸머에게 이 책을 선물할 때 '내가 좋아하는 건축을 좀 알아줘, 사랑의 공간에서 나와의 행복을 계획하고 쌓아나가자'란 뜻을 담았겠지만 썸머가 받아들이기엔 '이게 웬 건축 책이야 재미없어' 하며 라면 받침대로 썼을지 모른다. 나에게도 이 책은 쉽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보통의 책 중 <공항에서 일주일을>이 있다. 영국 히드로 공항에 책상 하나를 놓고 하루 종일 머물며 관찰하고 기록한 책이다. 잠깐 스쳐가는 곳인 공항에 전문가만 다루던 소재를 작가의 시선으로 보았다. <행복의 건축>은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건축 작품 사진을 싣고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도시는 부동산으로 가득하다. 미적 감동을 잃은 건물들이 서 있다. 그중에서 좋은 느낌을 주는 건축을 가끔 발견한다. 그것은 아름답다. 자세히 보니 견고하다. 쓸모도 있다.

일상에서도 잘 건축된 것을 마주할 때가 있다. 한 카페가 있다. 나는 그곳에 가는 걸 좋아한다. 외관과 인테리어가 예쁘다. 커피도 맛있다. 역에서 가깝다. 어떤 사람의 글이 있다. 감정을 건드리는 아름다운 글이다. 나에게 감동을 준다. 이거면 충분한데, 두 번 읽어보니 잘 쓴 글이다. 글을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분야의 지식도 얻었다. 잘 건축한 글이다.

공간은 분위기를 만든다. 커피가 생각나지 않아도 카페에 가고, 캔맥주를 들고 한강까지 간다. 책을 싸 들고 도서관에 가고 기름을 소비하며 드라이브를 하는 일도 공간의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가끔 어떤 건축물에 시선을 오래 빼앗긴다. 그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그에게 필요해 보이는 기능보다 더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을 때 나는 그것을 예술적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