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아홉 시쯤 샤워를 한다. 밖에 안 나간 날도 한다. 공간의 먼지 대신 시간의 때를 씻는다. 몸이 무거운 날에는 씻기 귀찮을 때도 있다. 그래도 일어나 씻는다. 좋은 냄새를 풍기는 머리카락과 팔꿈치 안쪽을 보면 기분이 깨끗해진다. 머리를 감고 나면 드라이기로 반쯤 말리고 그대로 둔다. 머리의 습기를 잃을 때까지 가만히 앉아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 샤워할 땐 노래를 부르지도 않고 생각도 안 한다. 바디와 헤어를 정리하고 나오는 잠깐의 의식을 거치면 내가 조금 좋아진다. 때를 알고 맞는 소나기에는 우산이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