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고 또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 - 베게트
실패가 분명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용기, 그런 용기를 지닌 사람, 창의적으로 실패하여 실패조차 인간적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읽고 싶다. (p. 305)
글을 쓰는 동안에는 글쓰기를 의심해야 하고 글을 쓰지 못하는 동안에는 진정으로 글쓰기가 이뤄지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순간, 사실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기 직전에 있는 셈이다. (p. 305)
산문집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 손홍규 소설가
어쩌면 실패를 앞두었는지 모른다. 나의 소설에게 책이라는 몸을 만들어 줄 예정이다. 내가 글을 쓰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나의 실패를 온몸으로 증명하게 될 수도 있다. 모든 의무와 시선에 나도 자유롭지 못하다. 글자를 엮어 문장과 이야기를 만들 때, 그때 내가 숨쉰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드러내야 한다. 막연하게 나는 겁에 질려 있다. 두렵지만 이미 장비를 몸에 착용하고 점프대 앞에 섰는데 이제 와서 못 하겠다고 할 수는 없다. 번지점프는 안 해도 그만인, 모두의 삶과 관계없이 내가 원해서 하는 놀이다. 발을 떼기만 하면 나의 체중과 속력이 알아서 번지점프라는 그림을 완성해 준다. 얼마나 멋진 자세로 점프했는지 몇 번 뛰어올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살면서 한 번도 뛰지 않는 사람들과 내가 안전하게 뛰는 모습에 손뼉 치며 인증 사진을 찍어 줄 사람에게는, 그저 뛰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을 것이다. 언젠가 다음에 뛸 수도 있지만… 일단 올라왔으면 뛰어서 내려가보자. 내가 점프에 성공하는 데 가장 관심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나에게 최고로 멋져 보일 점프를 선사하자. 이제 뛰어내리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