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개봉한 2014년, 나는 극장에 있었다. 혼자 조조 보는 재미에 빠졌을 무렵 나온 영화다. 파란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다. 블루에 끌려 한참이나 포스터 앞에 서 있다가 아침부터 세 시간짜리 동성애 영화를 볼 자신은 없어서 제목만 기억하고 돌아갔다. 그 후로 봐야지 생각만 했다. 그러다 저번에 만화카페에서 <파란색은 따뜻하다>를 만났다. 사랑해 본 사람은 모두 아델이 되지 않을까? 집에 돌아와 영화를 보기로 결심했다.
세 시간 영화를 일주일 동안 천천히 봤다. 찰나에 수많은 표정이 쏟아져 나와 조금만 봐도 금세 지쳤다. 둘이 물들고 빠져나가는 모든 과정이 아름다웠다. 스무 살의 조절 안 되는 사랑도 떠올랐다. 상대는 지웠지만 그때의 내가 선명하다. 바보 같고 어지럽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나. 영화를 보다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는 장면을 몇 번이나 돌려봤다. 참 맛있게 먹는다. 나는 크림을 좋아하는데 토마토로 바뀔 것 같다.
영화에 계속 등장하는 파랑을 보며 내가 왜 파란색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봤다. 영화를 보니 알겠다. 파란색은 관능적이다. 빨간색이 먼저 떠오를 수 있지만 파랑은 빨강 못지않게 감각적이다. 누가 빨강이 더 강렬하다 했는가. 나는 파랑이 더 좋다. 블루 영화를 보니 더 좋아졌다. 파란색은 시원하고 차가운 색이 아니다. 가장 뜨거운 색이다. 안 그런 척 하지만 그런 색이다. 내가 왜 빨간색보다 파란색에 끌리는지 영화를 보고 알았다. 마음이 텅 비었을 때 파랑에 물들고 싶을 때마다 또 보고 싶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