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영화 <봄날은 간다>

by 아륜

상우는 왜 이렇게 바보 같았나? 사랑하니까. 밤에 보고 싶으면 서울에서 강릉까지 택시 타고 가는 거다. 그게 사랑이니까.


은수는 라면 먹고 갈래요?라고 하지 않았다. 라면 먹을래요?라고 했다. 먹고 갈래는 차라리 건전하다. 라면 먹을래요?는 그다음 대사인 자고 갈래요?를 미리 계획하고 던진 말인 게 분명하다. 상우는 그 말을 들은 첫 남자가 아니다. 은수에게 그 말은 습관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라면 끓이기도 전에 자고 갈래요 그러지. 그래 놓고 딴 방에서 재운 다음 아침에 뽀뽀하니까 더 친해지면 하자는 그런 얘기나 하고, 웃겨.


사랑할 때 늘 상우였다. 내가 더 사랑하고 더 많이 보고 싶어서 먼 거리도 달려갔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은수처럼 온도가 쉽게 변하는 캐릭터는 매력적이지만 상대에게 고통을 준다. 나는 두 번 다시 은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상우가 택시에서 내려 까만 차도에서 은수를 끌어안았을 때 조금은 부러웠다. 나에게 격렬한 낭만은 너무 멀리 떠나온 곳이기 때문이다. 영화 같은 봄날을 따뜻하게 기억한다. 지난 봄날은 내 것이 아니어서 아름답다.






*제목은 소설가 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 제목을 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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