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손흥민인 이유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 손흥민
손흥민은 축구밖에 몰랐다. 손흥민에게는 축구밖에 모르는 자신과 아들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있었다. 둘이 만나 축구선수 손흥민이 탄생했다. 이 책에 관심 가진 이유는 제목이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축구를 말하는 책이 아니라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을 말하는 책이다. 손흥민은 무슨 생각을 하며 축구를 했을까 궁금해하며 책을 열었다.
문장은 손흥민의 플레이처럼 간결하고 명확했다. 손흥민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했다. 축구 천재인 줄로만 알았다. 손흥민과 손웅정 감독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가 무서운 노력파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손흥민은 어렸을 때부터 축구가 좋았다. 축구선수인 아버지와 축구선수를 꿈꾸는 형과 함께 자랐으니 환경이 갖춰졌다고 볼 수도 있다. 손흥민의 집안은 가난해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손흥민이 좋아하는 축구만큼은 토 나올 때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니다, 도운 정도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축구 힘든데 진짜 할 거냐고 어린 흥민에게 물었다. 손흥민이 하겠다고 하자 그때부터 손 감독은 아들을 축구 선수로 만들었다. 만들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물론 손흥민 어린이에게 재능도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이 축구에서 최고가 되고 그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손흥민의 축구 인생을 지휘하고 있다.
손흥민이 축구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아버지는 지금도 런던의 큰집을 하루에 두 시간씩 직접 청소한다. 지금처럼 넉넉해지기 전까지는 독일에 따라와 화장실도 없는 싸구려 호텔에서 선수를 뒷바라지했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지금까지 이룬 업적은 많다. 손흥민은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한결같이 지낸다. 시즌 중에는 오전에 훈련을 갔다가 점심을 먹고 돌아와 오후에는 푹 쉰다. 축구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므로 축구를 하지 않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거나 친구를 만나 놀거나 다른 취미를 갖지도 않는다. 그저 침대나 소파에서 가만히 쉰다. 손흥민도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싶다. 축구장에서 모든 정신력과 체력을 다 바쳐야 될까 말까 한 일이기 때문에 일상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그렇게 열 달을 쉬지 않고 산다. 손흥민의 하루하루는 같다. 부모님과 영국에서 그렇게 살고 있다. 결혼도 나중으로 미뤘다고 한다.
손웅정 감독이 운영하는 손축구아카데미는 대안학교를 세웠다. 아이들이 축구만 하다가 프로선수로 성공하지 못했을 때도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독서교육, 외국어교육, 인성교육을 함께한다.
이 책은 손흥민의 글이지만 읽다 보면 손흥민 아버지를 주목하게 된다. 손흥민 선수와 손웅정 감독은 오랜 세월을 달려왔다. 손흥민이 돈을 벌고 화려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손흥민은 그 얘기를 하고 싶었다. 손흥민이 손흥민일 수밖에 없는 근거가 이 책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