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레벌떡 달려와 역동적인 꼬리로 나에게 말을 거는 너를 보면서 나는 온갖 시름을 날린다 그러는 동시에 새로운 고민을 얻었지 너라면 글쎄 누가 이뻐하지 않을 수 있겠어 그건 또 어디서 꺾어 왔어 그걸 주면 내가 좋아할 거 같니 그래 네가 주면 속수무책으로 받을 수밖에 왜냐면 댕댕 너가 댕댕거리면 난 아무것도 못 하거든 촉촉한 눈으로 이것 좀 봐요 아니 날 좀 봐요 하는데 어떻게 외면하니 내가 언제나 이기는 듯이 보이지만 아니야 모든 순간에 승리하고 싶은 건 나도 꺾이고 싶을 때가 있어 소파에 추욱 늘어져 머리를 풀어헤치고 깜빡 졸고 싶단 말야 그렇게 맛탱이 가서 무방비로 있는데 슬금슬금 다가오면 내가 조금 괴롭단다 늠름하게 생겼구나 눈이 총명해 귀는 착해 보이고 조금만 사랑해주면 온몸을 던져 충성할 것 같은 모습이야 으이구 이뽀 일루와 잘했다고 머리부터 몸통 꼬리까지 다 쓰다듬어주고 싶어서 손을 뻗으려다가도 조심하게 돼 난 그저 살살 달래서 아가 착하지 얼른 집에 들어가렴 하려는 건데 조금이라도 손을 대는 순간 내 품에 뛰어들 것 같아 그럼 내가 어쩌겠니 나도 사람인걸 네가 인간의 언어를 알아서 나와 명쾌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너는 강아지니까 네가 멍뭉이라 내가 널 귀여워하는 걸까 그건 아닌 듯해 네가 장수풍뎅이래도 좋아했을 거야 차라리 그랬다면 가벼운 맘으로 손에 쥐고 내 방에 데려왔을지 몰라 하지만 넌 강아지잖아 사랑만 먹고 살 순 없지 취향에 맞는 사료도 제때 챙겨 줘야 하고 그럴듯한 집도 마련해 재워야 하고 오래 혼자 두어도 안 돼 근데 우리집에는 너를 누일 곳이 없거든 아무리 탐나는 강아지여도 어쩔 수 없어 안 돼 애교부려도 안 돼 힘들게 고개 젓는 나를 보면서 슬픈 눈을 하는구나 그렇게 쳐다봐도 달라지지 않아 나의 마음만 아플 뿐이야 너의 마음도 좋지 않겠지 네가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정말이야 그래서 머리 한번 만지는 행위도 망설이게 돼 내 손이 많이 따뜻하거든 외모는 차가워 보일 수 있어 하지만 사실 뜨거운 사람이거든 그래서 내가 손을 내밀어 아이 이쁘지 하고 쓰다듬는 순간 네가 타버릴 거야 너처럼 이쁜 댕댕이는 함부로 돌아다니면 큰일난단다 잠깐 집을 나와 돌아다니는 건지 주인을 아직 못 찾은 건지 나한테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나보고 어떡하라고 멋진 주인을 만나면 좋겠구나 너는 더 많이 이쁨받을 필요가 있어 자꾸 나를 쳐다보면 힘들어 말도 못하면서 말이라도 배워 오든지 그렇지만 너의 언어를 왠지 알 것 같구나 어쩌면 나도 강아지였을지 몰라 강아지의 삶은 고달프더라 일상이 구애야 앵겨야만 살아남아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사람을 너무 좋아하니까 매정한 사람에게 자꾸 매달리지 그렇다고 네가 갑자기 사람이 될 필요는 없어 사람의 걱정은 끝이 없거든 특히 너처럼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맞닥뜨리면 몹시 심장에 좋지 않단다 네가 내게 내미는 혓바닥을 거부할 생각은 없어 물론 거부할 수도 없지만 너를 안아주지는 못해도 두 손바닥은 펼쳐둘 거야 네가 핥고 싶은 만큼 핥도록 침을 잔뜩 흘려도 닦지 않을 거야 네가 흘린 침은 아마 설탕이겠지 그래도 나만은 입을 다물고 그저 바라볼게 설탕물을 삼키지 않으려 애쓰면서 인간의 할일을 열심히 하려고 해 멍뭉이 너의 재롱은 나를 즐겁게 만들어 놀고 싶은 만큼 놀다 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