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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륜 Aug 15. 2021

반짝반짝

영화 <어바웃 타임>

  몇 번째인지 잊어버린 어바웃 타임.


  이번에는 삼촌에 주목해서 봤다. 들어도 모르고 다시 말해도 잊어버리는 인물은 항상 웃는다. 그가 가장 행복해 보였다.


  지금 멈춰 서서 네 삶을 좀 둘러봐라, 바로 지금을 말이야.


  영화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삶=시간=지금.


  영화 마지막에 일시정지 기호가 화면에서 흔들거렸다.


  나의 시간 속에 고통이 있더라도 그것마저 껴안고 살아가고 싶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든 고통은 잊고 지금 이 순간이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눈부시게 반짝일 테니.


  우리 가족은 별명이 하나씩 있다. 그중 나는 '반짝이'다. 막내는 복덩이여서 이름 대신 복댕이라 적극적으로 불리는데 나는 아무래도 <반짝이>라 그런가 아무도 반짝아 라고 하지 않는다. 나 또한 웃기다고 생각했다. 시간에 관한 영화를 보고 나니 반짝이라 불리고 싶다. 오후에 엄마아빠에게 커피 한 잔을 사면서 반짝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해야겠다. 이제부터 나는 늘 반짝일 거라고 말에 힘을 실어달라고 말이다. 빛은 잠깐 나타났다가 곧 사라지지만 그만큼 자주 반짝이면 되는 거니까. 내 빛이 희미해질 때쯤 다시 어바웃 타임을 꺼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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