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에서는 봉오리를 다문 꽃을 얇은 포장으로 팔았다. 프리지아 세 다발을 헐값에 사 왔다. 처음에는 초록색 풀들이라 꽃 같지가 않았다. 며칠이 지나자 조금씩 꽃이 피기 시작했다. 꽃들이 물을 마시고 뭘 쌌는지 물이 탁해졌다. 물을 갈아주고 사랑을 담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예쁘니까 자꾸 보게 되었다. 책상 위에 두고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할 때마다 본다. 볼 때마다 꽃이 더 피어 있다. 어떤 꽃은 제법 피었고 어떤 꽃은 처음처럼 아무것도 피우지 않고 있다.
나에게는 가끔 꽃을 사는 취미가 있다. 어떠한 목적 없이 꽃을 산다. 꽃집 가는 길부터 기분이 좋다. 꽃집에 들어서면 이쁜 플로리스트 언니가 나를 맞아준다. 꽃을 주문하면 청순한 손으로 꽃들을 데려와 꽃보다 더 예쁜 옷을 입혀 준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먹을 수도 입을 수도 탈 수도 없는 꽃을 들고 집으로 오는 길. 사람들이 꽃을 든 나와 내 손에 들린 꽃을 번갈아 본다. 나는 집으로 들어와 꽃다발의 포장을 걷어낸다. 그다음 줄기를 사선으로 잘라 물을 준다. 꽃들은 옷을 벗고 있다. 투명한 꽃병에서 자신의 몸매를 뽐내고 있다. 나는 꽃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꽃값은 근사한 식사와 맞바꿀 수준이지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꽃이 집안에 생기를 준다. 활력을 얻은 나는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꽃에게 준다. 꽃은 나의 사랑을 받고 더 예쁘게 핀다.
아직 피지 못한 꽃들이 많다. 내일은 피어났으면 하고 바란다. 내일 피지 않아도 언젠가는 필 테니 걱정이 없다. 어떤 꽃이 너무 빨리 피면 늦게 피는 꽃들이 한창 예쁠 때 버려지게 될지도 모른다. 저마다 다른 속도로 피는 꽃들 덕분에 나는 그들의 과정을 지켜보며 오래 웃을 수 있다. 우리 집 프리지아들은 내가 가까이 코를 대고 입맞추는 영광을 경험한다. 나의 사랑을 받고 급하지 않게 자라나길. 두 다발을 묶어 책상 위에 두고 한 다발은 구석에 두었다. 구석에 둔 프리지아는 내가 자주 안 봐줘서 그런지 꽃피는 속도가 느리다. 한 다발의 작은 프리지아들을 다시 잘 보이는 곳으로 옮겼다. 오늘은 둘째 프리지아에게 더 사랑을 주어야겠다. 내일은 더욱 피어나도록. 프리지아의 여러 꽃말 중 나는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를 이들에게 붙여주었다. 꽃들이 원하는 만큼 천천히 출발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