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예쁘게 웃을 수 있는지 몰랐다
우선 너의 겉모습이 좋다. 수려하게 높이 뻗은 머리칼이 아무렇게나 삐쳐 나와 있다. 자기만의 세계가 있을 것 같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고 싶다. 몸통은 둥글다. 나는 날렵하게 잘 빠진 스타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귀여우니까 봐 줄게. 뾰족한 가시가 박힌 탄탄한 겉옷을 입고 있어서 함부로 만질 수는 없겠다. 진정한 내면을 보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구나. 갈색-노란색-초록색 사이의 그라데이션을 가진 너에게 끌렸고 그 속이 궁금해졌다.
더 가까이 가보니 샛노랗게 웃는다. 나는 너가 그렇게 예쁘게 웃을 수 있는지 몰랐다. 거칠고 투박했던 니가 손짓 한 번에 그렇게 옷을 벗고 다 보여줄 줄이야. 정말 몰랐어. 짙은 초록색 안에는 사과처럼 빨갛거나 좀 더 어두운 색이 있을 것 같았거든. 무지 강하고 단단해 보였으니까. 그런데 열어 보니 노란 거야. 샛노란 거야. 순수하고 맑다. 마냥 아이 같다는 말은 아니야. 가만히 있는데도 자신감이 넘쳐. 소리치지 않고 차분히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모든 걱정과 불안감이 사라져.
굳은 심지를 풀어주니 공백이 생긴다. 빡빡한 원에서 굳은살을 없애주면 너는 속을 다 보여준다. 그 공백이 좋다. 내가 잠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이 좋다. 또 내가 떠나도 너는 고독해 보이지 않는다. 중심이 없어져도 중심을 잃지 않고 늘 형태를 유지한다. 그 침착한 올곧음이 참 좋다.
내가 혹시 빨리 달려 체할까 봐 늘 나의 소화를 돕는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때는 처음부터 중간, 끝까지 너가 필요하다. 가끔 불을 붙여 뜨겁게 먹기도 하지만 그저 나는 지금 막 깐 너의 있는 그대로가 좋다. 딱딱한 겉을 제거하자마자 딱 그 상태.
망고처럼 예쁜데 너무 달기만 하지도 않으면서 오렌지처럼 과한 상큼함 없이 적당히 성숙해서 좋다. 니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