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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륜 Dec 22. 2021

혼자만 아는 언어

  소설을 쓰고 싶은데 써지지 않으면 세상에 나 혼자만 아는 언어에 갇힌 기분이다. 나는 그 언어만 구사하는데 그 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혼자만의 언어에 파묻힐 것인지 사람들이 많이 쓰는 언어를 배워 대화를 시도할지 선택해야 한다. 나는 혼자 있고 싶지 않으므로 대화를 고른다. 대신 나의 언어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그때 우리 사이에 소통이 일어나고 나는 외로움에서 벗어난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나와 통하면, 비록 문장과 이야기가 필요하더라도, 내가 사는 의미를 느끼고 또 다음 대화를 준비하고 싶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어 있다. 나는 나를 살리고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쓰게 된다. 누구보다 잘 쓰고 못 쓰고, 누구처럼 쓰고는 관심이 없다. 나는 오로지 나만 쓸 수 있는 것을 원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혼자만 쓰는 언어로 다시 돌아온다. 그렇게 혼자서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느라 지쳐 있을 때, 나와 대화하기 위해 기꺼이 내 언어를 배운 사람이 어깨를 톡 두드린다. 나는 그 세상에 안겨 울음을 터트리듯 다시 문장을 뱉는다. 내가 나의 언어를 글로 쓰는 이유는 문장이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소리나 포즈로 표현하게 될지 모른다. 그때는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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