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의 단편을 수십 편 읽다 보면 어딘가 공통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비슷한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특정 소재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인다. 작가가 소설 쓰는 기계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한 명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나의 단편들이 쌓이면 내 소설의 독자도 그렇게 생각할까. 이거… 진짜 아니야? 이렇게 추측하고 걱정하고 기뻐하고 놀라워하는 감정의 흐름이 생기면 신기할 것 같다.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해야말로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아닐까. 내가 쓴 소설을 떠올리면 꼭 겪은 일 같다. 쓸 때 그렇게 느끼고 다 쓴 후에는 마치 사건기록을 열람하는 기분이다. 허구를 쓰되 거짓을 쓰지 않고 사실 대신 진실을 담을 때 읽는 사람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내 글을 읽는 독자가 마음껏 나의 삶을 상상해도 좋다. 작가가 작품에 집중할 때 독자가 작가에 집중한다면, 어느 열광적인 독자가 작가 자신보다 작가를 더 잘 알아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