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터슨>
패터슨을 다시 보았다.
패터슨은 귀가 때마다 우체통을 바로잡는다. 우체통이 오래되어 자꾸만 사선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직으로 다시 세워 발로 단단히 고정한다. 저녁에 이렇게 해 두면 아침 출근 때까지 괜찮다가 다시 저녁에 저렇게 되어 있다. 어차피 또 쏠릴 텐데 패터슨은 매일 같이 우체통을 원래 자리로 고친다. 하루를 대하는 마음이란 이런 것 같다. 오늘 아무리 쓰러져도 새날이 올 테니 비뚤어진 나를 다시 곧게 서도록 만드는 태도.
그가 퇴근 후 찾는 바에 체스가 있다. 술집 주인은 흑과 백을 혼자서 둔다.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이다. 하루를 보내는 마음은. 지루해하지 않고 다음 말로 그다음 전략을 짜면서.
하루를 늘 혼자 보내지는 않는다. 원하면 가끔 이렇게 친구와 함께 체스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저기 커플이 있다. 어제 같은 시각 둘은 헤어졌다고 힘들어했다. 패터슨이 오늘 와보니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패터슨이 사는 도시 이름이 패터슨인 이유를 짐작한다. 패터슨 씨는 단조로워 보이는 일상에 자기만의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시간이 축적될수록 그의 반경이 넓어져 도시가 곧 자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