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퍼포먼스를 하기 바란다면 연설 대본을 미리 써놓고 앵무새처럼 읽어서는 안 된다. 아무 연설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연설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좋은 연설 대본을 만들되, 현장의 흐름에 따라 그 대본의 자구(字句)를 벗어날 필요가 느껴지면 과감히 벗어날 수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일급 예술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사전 계획대로만 되는 작품은 최상의 작품이 아니라고. 글을 쓰는 일이든 퍼포먼스를 펼치는 일이든, 사전 계획을 창의적으로 넘어설 때 진짜 좋은 작품이 된다. 그러한 임의성과 창발성은 프롬프터를 보고 읽는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연설에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까다로운 질문이 제기될까 봐 사전에 질문과 답의 합을 맞추어놓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정치인이라면 질의응답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질의응답 시간이야말로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청중이 질문이 던졌을 때, 정답을 말하려고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다. 나오는 질문들은 정답을 얻기 위한 질문이라기보다는 그 정치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고 던지는 미끼에 가깝다. 유능한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매력을 발휘할 기회로 그 미끼를 활용할 것이다. 유머를 섞거나 질문을 재창조하기도 할 것이다. 관건은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p. 1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