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마을에 인물들이 산다. 그들은 각자 다른 감정을 가지고 움직인다. 오늘은 슬프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프미야, 안녕. 너 무슨 하고 싶은 말 있어? 나는 식빵을 두 쪽 구워 하나를 입에 물고 다른 하나를 프미 입에 물린다. 먹어. 커피도 줄까? 슬프미는 말이 없다. 슬픈 인물이 말을 많이 해도 웃길 것이다. 아니, 말 많아서 웃길 건 없지. 대신 말이 없어도 이상하지 않다. 프미는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걸까? 그렇지만 정말 혼자 두었다간 더 슬퍼질지도 몰라. 프미가 뭘 원하는지 알고 싶다. 옆에 있기 원하는데 괜히 배려한다고 저쪽에 멀리 가 있다가 오면 프미가 엉엉 울지도 몰라. 나는 고민하다 커피를 바닥냈다. 프미를 두고 산책을 나갔다. 프미 옆에 있으니 나도 슬퍼져서였다. 슬픔은 여리다. 힘없는 상태로 나를 두고 싶지 않았다.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기분이 나아졌다. 기운을 차린 나는 프미를 찾았다. 그곳에 다른 인물이 앉아 있었다. 난 러미야. 러미가 말했다. 러미는 자기 이름을 설명했다. 난 서러워. 서러운 게 많아. 그래서 서러미야. 또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딱히 궁금한 점이 생각나지 않았지만 그랬다간 러미가 화날 것 같아 산책을 제안했다. 산책길에서 러미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러미가 말하는 동안 나는 묵묵히 들으며 보조를 맞췄다. 한참을 말한 러미가 맥주를 사달라고 했다. 차갑게 살살 얼린 맥주와 따뜻하게 구운 쥐포를 서러미 손에 쥐여 주었다. 러미가 받자마자 그걸 다 먹더니 나른하다며 자러 갔다. 다시 프미를 찾아보았지만 프미는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드라마를 보는데 옆방에서 프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방문을 두드렸다. 아까 놓고 가서 미안해. 프미야, 들어가도 돼? 프미는 말이 없었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엉엉, 눌린 눈물 소리만 났다. 나는 프미보다 더 큰 목소리로 웃긴 노래를 불렀다. 프미는 목청을 높여 울었다. 나는 프미를 포기하지 않고 프미의 소리가 잠길 정도로 크게 웃었다. 프미가 방문을 활짝 열어 나에게 지금 뭐 하는 거냐 물었다. 프미의 눈썹이 찌그러져 있었다. 축 처진 아까와 달랐다. 프미는 힘 있어 보였다. 프미에게 물었다. 너, 슬프미 맞아? 슬퍼 보이기보다는 음… 화가 난 것 같은데. 그러자 프미가 나를 때려눕힐 듯이 쫓아왔다. 나는 그렇게 프미와 달리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