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윤이

by 아륜

한 아이가 혼자 서 있었다.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를 입었다. 연보라 아니면 연핑크 색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어 다가가 얼굴을 보려는데 아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윤이에요! 꿈에서 그 아이를 만났을 때 반가웠다. 나와 이름이 같기 때문이다. 정말? 나도 아윤이야! 반가워~ 잠에서 깨어나 재밌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막 지은 이름을 꿈에서 인지하고 있다니 무의식에도 빠르게 자리 잡았구나. 꿈에서는 바꾼 것도 아니고 원래부터 아윤이었다. 그 아이의 이미지가 좋았다. 누가 봐도 예뻐할 얼굴이었다. 귀엽고 밝은 힘이 넘쳤다. 동시에 어떤 기품도 느껴졌다. 단단한 사랑스러움이랄까. 아이를 보자마자 반한 것 같다. 리틀 아윤이도 나를 따랐다. 안기고 손을 잡고 등에 업히고 볼 뽀뽀를 하고 내가 좋다며 따라다녔다. 내가 이런 말을 했다. “아윤아. 네 이름을 부를 때 기분이 이상해. 너를 부르는데 나를 부르게 돼. 우리 이름 참 좋다. 그치?” 그랬더니 리틀 아윤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이름이 똑같아서 내 이름이 더 좋아졌어요.” 리틀 아윤이는 말도 잘한다. 나도 그 아이를 보면서 내 이름이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했다. 꿈에서 깨어나자 아윤이들이 나에게 환영식을 열어준 기분이었다. 나는 아윤이란 이름을 새 이름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먹은 날부터 바로 적응했다. 이름이 불릴 일이 적어서 실감은 잘 안 난다. 하루에 겨우 몇 번 정도. 오늘밤도 아윤이 꿈을 꿨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는 여러 아윤이들과 더 친해지고 싶다. 아윤 할머니도 살짝 궁금한데 어서 보고 싶지는 않다. 다음엔 아윤 학생이랑 도서관에서 만나서 숨바꼭질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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