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인터뷰

허아륜 작가 편

by 아륜

인스타그램 in.my.b_rain 작가님과 진행한 비대면 인터뷰

*인터뷰어의 동의를 구하고 전문을 올립니다.






Q. 이 글을 보는 이들을 위해 작가님을 소개해 주세요. 자신을 한 마디나 본인을 대표하는 어떤 명사여도 좋습니다.


A.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아륜입니다. 최근에 아윤으로 이름을 바꾸었어요. 이전 이름이 발음이 어려워서 잘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았어요. 널리 불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새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작가 이름은 아륜이에요.



Q. 그렇다면 허현애라는 이름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외로움을 맡아드립니다>가 되는 것인 셈이네요.


A. 그렇네요. 그땐 몰랐지만요. 재미있어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단 사실이.



Q. Celine이라는 이름이 왠지 어울립니다. 이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셀린이라는 이름을 짓게혹은 갖게된 사연이나 작품에서 레퍼런스를 가져온 것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설명이어도 좋습니다)


A. 영화 <비포선라이즈> 3부작 여주인공 이름 Celine에서 따왔습니다. 영화가 너무 좋아서요.



Q. 이름에 관한 질문이 나와서 말인데, 크몽에서 진행하는 편지대필 서비스의 이름 ‘히토나리’는 츠지 히토나리에서 따온 것인가요?


A. 맞습니다.



Q. 탈잉에서 작가님 클래스 소개 글 중 “2017년 여름, 책 한 권에 완전히 몰입한 이후 다독했습니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어떤 책이었는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A. 40분 만에 읽었어요. 어떤 책인지는 기억이 안 나요. 예전에는 읽은 책을 모조리 기록해두었는데 그 기록을 찾아보니 필립 로스의 소설 <에브리맨>으로 짐작이 됩니다. 기억이 아닌 기록에 의지해 답해볼게요. 소설은 한 남자의 장례식으로 시작해요. 그의 사람들이 모여 그를 묻어요. 그리고 사람들을 통해 주인공의 생애가 펼쳐집니다. 어릴 때부터 병들어 죽을 때까지. 사람이 늙고 아파서 숨을 거둘 때까지의 생을 200쪽이 되지 않는 책 한 권에 담았다고 일기에 쓰여 있네요. 저는 이 책을 읽고 젊은 날의 하루를 겸허히 살아가게 된다고 감상을 적었어요. 소멸의 이야기를 인상적으로 본 게 아닐까 싶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도 하나 메모해두었네요. ‘대기실의 차분한 분위기를 보면 뇌에 이르는 동맥을 찢어 열러가는 것이 아니라 머리라도 깎으러 가는 것 같았다.(p73)’ 그런데 이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제가 책에 완전히 몰입했다는 사실이 핵심입니다. 그때 저는 오랜만에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했어요. 전 직장이니까 말해보는 건데요. 일하다가 숨 돌림 겸 10분 정도 사내 도서관에 들르곤 했습니다. 그날도 졸린 오후에 슬쩍 도서관에 간 거예요. 잠깐 봐야지 하다가 40분이나 땡땡이를 쳐버린 것입니다. 아주 상쾌한 기분이었어요. 그 비밀스러운 몰입의 시간이 저를 흔들었어요. 난 읽을 때 살아 있구나! 다음날부터 책을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Q. 또 소개 글에 문예창작과를 전공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어떤 학과를 전공하셨나요?


A. 간호학과입니다. 소설과 통하는 점이 있어요. 사람을 돌보는 마음. 대학 때만 해도 나의 꿈과 현실이 반대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지금은 두 분야의 역량이 고루 필요한 작가 일을 제안받았어요. 곧 하게 될 것 같아요.



Q.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작가 출근’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시는데, 집필하실 때 작업실이나 기타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을 의미하는 건가요? 작업을 하는 공간이 궁금합니다.


A. 글쓰기를 소중히 여기되 마치 세상을 구하는 듯 으스대지 않고 하나의 업무로 생각하기 위해 출근이라고 표현합니다. 원고 청탁을 받는 작가로 데뷔하게 되면 여러 가지 타협해야 할 부분이 있을 거예요. 글 주제나 분량, 마감 등 그야말로 회사의 직원처럼 되는 것이죠. 지금은 거실에 장난감을 어지르는 아이처럼 마음대로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유 대신 다른 것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봐요. 작가가 예술 활동을 넘어 직업이 될 때를 대비해 마음을 먹는 것이죠. 작업실을 마련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지금은 저의 방에서 씁니다. 글을 처음 썼을 때는 카페에 갔는데요. 지금은 제 방이 편해요.



Q. 일이나 집필을 제외하고 평소에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떤 걸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프리랜서로 시간이 여유로울 때는 읽는 시간이 길었고요. 악기를 배우거나 영화를 보고 맥주도 마셨죠.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서 빨리 준비하고 밥 먹고 출근. 퇴근하면 얼른 저녁 먹고 추가로 작가 관련 일 조금. 그리고 씻으면 잘 시간입니다. 눈 떠서부터 지쳐 쓰러져 잘 때까지 닭가슴살처럼 사는 기분. 출근 직전 독서 혹은 산책은 종종 해요. 그러고 나서 출근하자마자 커피를 내려 마십니다. 그러면 위로가 되어요. 저는 좀 한가로울 필요가 있어요. 시간이 남아돌아 여러 가지 정신적 사치를 부리고 싶은데, 그게 바로 상상인데. 요즘엔 너무 현실 세계에 속해 있죠. 그렇지만 다 그때를 위해서니까요. 조금 힘들지만 다 해내고 있습니다.



Q. 평소 성격은 어떤 편인가요? 심리테스트를 자주 하시던데 mbti는 어떻게 되나요?


A. 차분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목소리나 표정, 손짓 움직임이 크지 않아서일 거예요. 저는 자신을 느낄 때 시끄럽다, 뭐가 많다 이런 생각이 먼저 따라옵니다. 내면세계에 많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걸 듣고 처리하기에 바빠요. 나 혼자만 있는데 아우 시끄러워 이런 느낌. 그러다 보니 혼자 있을 때 편하고 둘이 있을 때 좋고 셋까진 즐길 수 있어요. 넷부턴 힘이 듭니다. 싫은 게 아니라 조금 더 힘을 내야 한다는 뜻이에요. 내향직관 성향이 뚜렷하고요. 그다음은 사고판단입니다. 다만 감정 기능을 더욱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T(thinking)가 많겠지만 이전보다는 F(feeling)가 늘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Q. 그 말씀을 들으니 저와 작가님 성격이 왠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내면 속 세계가 줄곧 무의식에서 영상화가 되곤 합니다. 작가님도 꿈을 많이 꾸는 편인지요?


A. 자고 일어나면 꿈 내용이 선명히 기억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꿈에 나온 사람과 사건으로 내 무의식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짐작해보고 의미를 담기도 합니다.



Q. 최근 하루에 5분씩 일찍 일어나고 계시던데, 혹시 하루키병에 걸리셨나요? (하하) 아니면 미라클 모닝 프로젝트인가요? 현재의 일찍 일어나기 근황이 궁금하네요.


A. 아침 7시 직전에 일어나 허겁지겁 준비하는 게 싫어서 5시 30분 기상을 목표로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퇴근 후에는 피곤해서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으니 깨끗한 머리로 써보겠단 생각이었죠. 그런데 새벽엔 졸려서 못 쓰겠더군요. 저에게 맞지 않았어요. 저는 늦은 오전부터 이른 오후까지 글이 잘 써져요. 지금은 여유 있는 아침을 위해 기상 시간을 6시 20분으로 정하고 매일 지키고 있습니다. 주말에도 비슷하게 깨고 늦어도 8시 전에 일어납니다.



Q. 좋아하는 영화 작품이나 감독이 있으신지요?


A. <비포선라이즈> <비포선셋>. 풍경이나 사람들은 적고 둘의 이야기 비중이 큰 점이 좋았어요. 영화 내내 둘이 얘기하잖아요. 그게 저는 좋습니다. 편안해요. 북적이는 곳에 가거나 너무 많은 시각 자극이 쏟아지면 쉽게 피로해집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요. 단 하나의 사물이 놓여 있더라도 그것에 계속 의미 부여를 하게 되기 때문인 듯해요. 하나만 있어도 탐구할 점이 많은데 아주 다양한 것들이 동시에 주어지면 정신이 나가버립니다.



Q. <외로움을 맡아드립니다>의 탈고가 끝났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A. 다 바쳤다. 후회 없이.



Q. 작가님의 <외로움을 맡아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와 매 편마다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그려지게 되어 참 재밌고 좋은 글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편은 이것에 살을 붙여 영화를 만들 만한 좋은 소재란 생각을 했는데,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생각도 있는지 궁금하네요.


A. 현재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글이라면 어떤 분야든 도전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는 법은 아직 모르는데 필요하다면 배워서 쓰면 되어요. 또한 문학 외에도 다양한 예술에 마음을 열어두고 있어요. 꼭 글이 아니더라도 표현할 수 있다면요.



Q.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처럼 외로움을 맡겨야 한다면(반드시), 그 수치만큼의 어떤 소중한 기억을 건네실 건지 궁금해졌어요.


A. 반드시는 제가 좋아하는 단어인데 반드시 맡기라 하니 반항하고 싶어지네요, 호호. 저의 외로움은 1이고 소중한 기억은 쓰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 중에서 1이라 작은데, 그게 없으면 내가 사라질 것 같은 중요도예요. 구체적으로는 책을 만든 일. 계속 써오기는 했지만 책을 묶은 일이 작가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저의 외로움 1을 맡기면 잠시 쓰지 않아도 되겠죠. 그렇지만 기한 내에 다시 찾아가게 될 거예요.



Q. 본인의 삶에서 가장 큰 풍파라고 느낀 사건을 하나 이야기해주신다면?


A. 없습니다. 풍파라고 할 만한 건 없는 것 같네요. 물론 속상한 일들은 벌어지지만 기본적으로 담담하게 지내려고 합니다. 감사한 일들이 훨씬 많습니다.



Q. 지금 사랑하는 사람(= 애인)이 있나요? 있다면 작가님은 어떤 사랑을 말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이건 없더라도 궁금하네요)


A. 제 마음이 공실이었던 적은 거의 없었어요. 상대도 나를 사랑하냐의 문제죠. 저의 사랑은 글이 아닌 몸으로 하고 싶습니다. 눈을 맞추며 얘기하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요. 소설로 말하고 싶은 사랑은 ‘그럼에도 껴안는 마음’입니다.



Q. 작가님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장편 소설에 대한 갈망이 가끔 드러나는 글도 보게 되는데, 쓰고 싶은 장편 소설의 장르나 구상이 있나요?


A. 아직입니다. 대신 아이디어가 생기고 마음을 먹으면 끝까지 해낼 수 있습니다. 하기로 정했으면 자신을 밀어붙여 반드시 해내기. 제가 자신 있는 것입니다. 만약 프로 작가가 된다면 직장인처럼 일할 자신이 있습니다. 마감이란 원칙을 지키려고 애쓸 거예요. 힘든 건 힘든 것이고 약속은 약속이니까. 다른 장르는 다르겠지만 장편 소설가라면 글쓰기 실력보다는 끈기나 성실이 더욱 중요할 것 같습니다.



Q. 차기작에 대한 소식이 있는지요? 있다면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는지 어떤 이야기인지 살짝만 알려주신다면?


A. 천천히 계속 쓰고 있습니다. 한 편 한 편. 다음 소설이 완성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Q. 어느덧 인터뷰 마지막 질문입니다. 질문이 많아 힘드셨을 텐데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소감과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A. 저는 인터뷰 당하기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누군가 저의 안쪽에 대해 샅샅이 물으면 아주 신이 납니다. 저는 저에게 관심이 많아요. 내 생각과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합니다. 누군가 그 작업을 같이 해주면 저는 행복합니다. 제가 자신 있는 점은 루틴을 만들고 지키기를 잘한다는 것입니다. 소설가에게는 이 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꾸준히 계속 오랫동안 존재하니까요. 주식으로 치자면 망하지 않는 회사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소중한 마음을 일부 저에게 맡겨두어도 손해는 없고 가만두었다가 시간이 흘렀을 때 굉장히 놀랄만한 결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께서 주신 질문을 보니 저의 세계에 하나하나 관심을 주고 계셔서 놀랍고 감사했습니다. 갑자기 에세이를 쓰려면 안 나올 수도 있는데 인터뷰 열차에 타서 질문 역마다 답을 하면 되니 편했습니다. 덕분에 또 글을 썼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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