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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조각일기

막둥이와 환승연애

by 아륜

막둥이 방에 놀러 갔다. 침대에 엎드려 하이네켄 하나를 나눠 마시며 아이패드로 환승연애를 보았다. 같이 서운해하고 설레며 화면 속 갈등에 빠져든 우리. 동생과 초콜릿에 맥주를 놓고 연애 이야기를 하는 게 재밌다. 주인공이 우리든 다른 사람이든 사랑 얘긴 즐겁다. 둘째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내 방에서 셋이 침대 의자 바닥에 각자 널브러져 사랑과 이별, 연애와 결혼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저마다의 경험을 주고받는 동안 짜릿한 에피소드 한 편을 보는 듯했다.


환승 시간이 지나 카드를 태그하면 할인을 받지 못한다. 집에 가는 길이라고 말해봤자 이미 요금은 청구되었고 계속 항의하다가는 버스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바로 타더라도 같은 버스면 환승할인 적용이 되지 않는다. 이걸 잊으면 슬프고 억울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래도 환승연애의 모든 인물에게 공감이 간다. 각자로서는 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고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내일은 맛있는 커피에 와플을 먹으러 가기로 한 날. 아마도 같은 버스를 타고 돌아올 거라 환승 해당 사항이 없다. 시간도 훨씬 오래 있을 거고. 그 사실을 잘 아는 우리는 느긋이 브런치를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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