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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조각일기

사랑

굳이 하는 마음

by 아륜

엄마가 고구마와 양파를 달걀에 부쳐 간식을 만들어주었다. 가볍게 먹기 좋아 자주 하는 요리다. 보통 재료를 채 썬 채로 넣는데 오늘은 고구마와 양파가 얇게 통으로 동그래서 예뻐 보였다. 노란 고구마를 사진 찍고 있는데 엄마가 반대편이 더 예쁘다며 굳이 뒤집어주었다. 부침이 얇아서 프라이팬에 다시 넣었다가 전체를 휙 뒤집어야 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반대편 양파를 찍으니 확실히 더 이쁘다. 케첩을 뿌리고 ‘이거도 찍어’ 하신다. 음식 사진을 다시 보고 그러진 않는데 찍을 때 기분이 좋아서 가끔 남긴다. 내가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고 엄마가 굳이 굳이 접시를 뒤집어 달걀부침 반대쪽 얼굴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굳이 안 해도 되는 걸 해주는 마음이 사랑이구나. 집에 가는 길에 종종 호수를 지난다. 한적한 도로에 노을 지는 풍경을 갑자기 찍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 엄마는 ‘편하게 찍어‘ 하며 잠시 속도를 줄인다. 아니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하는 마음에 웃음이 나올 정도다. 엄마는 사랑이 아주 많은 사람이어서 정말 다양한 사람에게 베풀며 살아왔다. 잘 배워서 나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야겠다. 상대가 ’저기, 굳이..‘ 하면 베리 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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