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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륜 Jan 11. 2023

가족을 지키는 법

영화 <비바리움> <고속도로 가족>

  사랑은 비싸다. 유지비가 많이 든다. 비용에는 시간과 감정도 포함된다. 두 사람끼리 잘 지내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


  둘은 계속 사랑을 하고 아이가 생긴다. 그렇게 가족이 탄생한다. 아기는 받기밖에 못 한다. 엄마가 온전히 다 줘야 한다. 엄마에게도 줄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다 주어야만 하기에 어떻게든 무리해서 아이를 키운다. 육아는 휴일이 없다. 아이를 만든 순간, 엄마 자신이 죽을 때까지 평생이다.


  SF 미스터리 <비바리움>에서 엄마는 아이를 다 키운 다음에 뭘 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답으로 ‘죽는다’는 대사가 들린다. 그야말로 공포다. 나 하나 보살피기도 힘든데 끊임없이 먹고 보살펴야 하는 존재라니. 사랑이 결여된 곳에는 비효율적 노동이 남는다. 타인을 온전히 책임진다는 것. 그러한 행위를 평생 가능하게 하는 건 사랑밖에 없을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덮을 때 공포는 드라마가 된다.


  <고속도로 가족>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아빠, 엄마, 아들, 딸, 그리고 뱃속에 태아. 다섯 식구는 휴게소에서 텐트를 치고 산다. 식비는 휴게소 방문객에게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사기를 쳐서 해결한다. 가족을 먹이기 위한 아빠의 자영업이다. 부부는 사랑하고 아이들의 웃음은 예쁘다.


  이 영화에는 잘못한 사람들 천지다. 범죄자 아빠, 무능한 엄마, 남편의 불편은 생각하지 않고 마치 좋은 사람이 된 양 자신의 연민에 몰두하는 아내 등.


  그토록 못난 타인을 나처럼 소중히 껴안는 사람들. 그게 가족이 아닐까 싶다. 가족은 같이 있는 사이다. 몸이 같이 살거나 마음이 같이 사는. 둘 다라면 좋겠지만 적어도 하나는 붙어 있어야 한다.


  <비바리움>에서는 이상적으로 정형화된 가족 이미지를 꼬집는다. 그런데 규격을 벗어난 삶이 올바로 기능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고속도로 가족>에서 보았다. 가족이 지속되려면 일단 몸을 누일 집이 있어야 한다. 집은 따듯하고 안전하며 밥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세상살이에 지칠 때 서로에게 마음의 집이 되어주어야 한다. 성인 구성원만 있는 가족에서도 그래야 하며, 미성년 아이가 있다면 교육을 신경 쓰며 보살펴야 한다. 학업뿐 아니라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여러 가르침. 참… 어려울 것 같다.


  가족의 탄생이 꼭 탄탄한 계획 후에 오는 건 아니다. 살아가다 보면 새로운 가치관과 관계, 환경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그에 따라 나는 적응하며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잘만 한다면, 아빠, 엄마, 자녀(들). 이렇게 구성된 가족이 대부분 사람에게 가장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족을 만드는 일에 대한 현재 내 마음이다. 호불호를 따지는 데까지 가기도 전에 말이다. 아직은 경제적•정서적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골똘히 생각해보면 아직 끌리지 않는다. 생각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말이다. 나의 성향이나 살아온 시간을 고려했을 때 그렇다. 예전에는 관심 없던 주제를 자주 떠올리고 글도 쓰는 걸 보면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에 조금 더 진지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나는 늙어가고 아프고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일과 받는 일 모두 필요한 사람이다.


  내가 앞으로 아이를 가질지, 동거 가족을 만들지, 1인 가구로 살아갈지는 나의 경제적 능력과 정서 상태, 사랑하는 사람의 가치관, 미디어에 영향을 받으며 정해질 것이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혼자 잘 사는 일이다. 지금은 부모님과 다시 함께 살고 있지만 따로 지냈을 때 하루하루 나를 먹여 살리는 데 얼마나 비용이 많이 드는지, 그걸 적당히 감당하는 것만 해도 힘에 부친다는 걸 실감했다.


  가족을 지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가 있다. 하나는 가족을 위해 꾸준히 요리하는 마음을 경험했다는 것. 또 하나는 엄마의 사랑이다. 엄마는 육수 하나를 끓일 때도 말 한마디를 할 때도 가족을 아끼는 마음이 퐁퐁 뿜어져 나온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고 외가에 가보면 알게 된다. 외할머니가 무조건 베풀어 주시는 사랑을 보면 안다. 사랑을 주는 사람은 조금 피곤할 수 있지만 행복하다. 그래서 그 모든 노동이 감당이 되고 기쁨이 남는다. 내가 배우려 하기 전부터 몸에 차곡차곡 쌓인 어머니의 사랑, 그게 나의 스펙이다.


  그래서 만약 그럴 능력이 되고 마음도 따른다면 잘할 자신도 조금은 있다. 사랑은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한다. 지금은 너무 늦지 않게 다시 독립해 나만의 가구를 잘 꾸려나가는 게 도리라 생각한다. 일단 그것부터 잘 해보면서 그다음을 생각하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과정도 다 소중한 나의 순간이니까, 너무 심각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 앞에 있는 문제를 가뿐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대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떤 결과가 오든 후회 없이 행복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게 나라는 가장 작은 가족을 지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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