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안나>
나는 마음 먹은 건 다 해요.
드라마 <안나>의 주요 문장이다. 안나 6부작을 보고 감독판 8부작을 이어 보는 동안 이 한 줄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음먹은 건 다 한다는 말에서 ‘다’ 한다도 중요하겠지만, 마음을 ‘먹은’ 게 있다는 점이 와닿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발견했다는 점. 그게 좋았다.
안나는 뒤로 갈수록 혼란스러워한다. 거짓말을 하며 인생을 훔친 이유는 이전의 삶이 싫어서였는데 그다음은 무얼 위해 이렇게 살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실망스러웠다. 나에게 마음먹는다는 말은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다고 들렸기 때문이다. 뭘 위하는지 모른 채 이전 거짓을 유지하기 위해 다음 거짓을 쌓아 올렸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마음먹은 걸 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고, 마음을 ‘먹은’ 게 생겼다는 점은 살맛 나는 일이다. 누군가는 마음먹어도 실제로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건 혹시 내 마음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이 아닐까 의심해 본다. 내 마음이 있고 그걸 먹었다면 자연히 하게 된다.
마음을 먹고, 그걸 하는 것.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이 문장에 며칠간 신이 났다.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게 막는 듯 보이는 장벽은 있다. 있지만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란 없다고 믿는다. 내가 충분히 마음을 먹고 계속하고 있으면 언젠가 기회가 오고 그때 나는 눈을 깜빡이며 앞을 바라보듯 존재하면 된다.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게 막는 듯 보이는 장벽. 주로 재정 상태나 부모의 반대, 시간, 거리, 체력 등 다양하다. 나도 이에 영향을 받지만 이것들이 나를 충분히 방해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은 없다. 이제까지 물론 이런 장벽이 때로 나를 가로막는 듯 보였지만 결국, 마음먹은 건 다 했다. 내가 나를 막지만 않으면 어쨌든 나아간다. 그 끝에는 어떠한 후회도 없다. 마음먹은 대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에게는 마음을 ‘먹는다’란 사실은 중요하다. 안 내키는데 일부러 마음먹기는 어렵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먹히는 것. 그 순간 내 마음에게 나를 내주는 것이다.
오늘도 어떤 마음에 나를 허락할지 마음을 열고 찾아본다. 마음을 먹을지 말지가 중요하지, 일단 내 마음에 들어오면 나는 그걸 왜 하고 싶은지 탐색하고 맛있게 만들어 꿀꺽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