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칭찬

by 아륜

친구에게 칭찬을 들었다. 먼저 글쓴이로서. 잘 쓰는 걸 떠나 글이 좋다는 것이다. 글 속의 예쁜 마음을 보면 읽는 사람이 좋을 거라고. 또 꾸준히 쓰는 나의 모습도 짚어주었다. 작가의 정체성은 내가 가장 인정받길 원하는 나의 일부다. 이어서 친구는 나를 만나면 대화가 잘 통하고 기분이 좋은 이유가 글쓰는 사람이라 그런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내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울 점이 많고 성숙하다고. 자리를 옮겨서는 내가 바로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라는 말도 해주었다.

나는 나에게 관심이 많아서 본인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장점이 곧 단점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 특성을 파악하고 있다. 친구가 말해준 점은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나는 친구가 장점으로 바라봐준 나의 특성이 단점으로 작용한 여러 사례를 들어 반론을 펼쳤다. 친구가 말한 나의 침착함은 종종 무심함이기도 하다. 그게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고요해서 나를 원한 사람은 내가 고요해서 나를 떠난다.

그러나… 끝내 기분이 날아갔다. 작가로서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각각의 가치는 서로를 대체할 수 없고 모두 갖추고 싶다. 그걸 오랜 친구가 구체적으로 알아주니 좋았다. 친구는 자신을 탐구하고 일과 사랑을 잘 운영해나가며 자기 공간을 마련한 데 이어 자기 사업체까지 구상하고 있는 어른 같은 사람이다. 그런 친구가 아직 부족한 나를 어른으로 봐주며 좋은 피드백을 몇 시간 동안 주어서 참 힘이 되었다. 내가 들은 칭찬에 대한 반박은 끊임없이 할 수 있다. 그건 친구의 말을 부정하거나 나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나의 특성을 알아보는 흥미로운 과정이다.


이렇게 좋은 칭찬해주는 친구가 있듯, 나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내가 그런 말을 쉽게 무시하기 때문에 내 귀에까지 잘 들리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듣기 좋지 않은 말을 한다면 그 문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어쩔 수 없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 이유는 무지일 수도 시기일 수도 자신에 대한 혐오일 수도 있다. 그 사람이 한 말은 그의 발화이며 나의 가치를 결정하지 못한다. 나의 쓸모는 물론 타인이 결정한다. 쓸모와 가치는 비슷한 뜻인데 쓸모를 상품 가치라고 이해하며 적는다. 나는 나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는다.


친구의 칭찬에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친구가 나의 가치를 좋게 결정해줘서가 아니다. 친구가 깊은 눈으로 나를 바라봐줄 만큼 지혜로운 사람이고 나에게 애정을 가졌구나. 내가 인정하는 친구가 나를 인정해주는구나. 이렇게 멋진 친구와의 인연을 20년간 이어왔구나. 그런 벅찬 마음이다.


근사한 밥을 사주고 값을 매길 수 없는 말들을 안겨 준 친구를 생각하며. 오늘은 친구의 칭찬을 단순하게 즐기고 싶었지만 또 글을 쓰고 말았다. 친구가 칭찬한 나의 글쓰기는 내가 진지한 사람이기 때문에 겨우 가능하다. 이 무거움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숨 막히는지… 아아악!


그래도 나의 어쩔 수 없음을 껴안자. 그리고 내일은 더 나아지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