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일인칭 시점
안녕, 나는 나비야
쉽게 부서지는 존재
그간 여린 자신을 탓했어
모질게 날 몰아세우다 지친 어느 날
나를 얼리면 어떨까 생각했어
상처를 안 받고 살 수도
계속 버티기에도 힘드니
잠시 얼음 상처를 얼리면
얼얼한 감정도 덜할 테니
급하게 극복하려 하기보다
잠깐 멈춰 아픔에 머물고 싶었어
나는 얼음으로 만든 상자 속에 스스로 들어가
날개를 접고 움츠렸어
외로움도 무거워서
외로움과 추억을 교환하는
외로움 전당포에 팔았어
외로움을 없애고 싶어서 찾아갔는데
그런 곳은 없더라
잠시 맡아줄 뿐
보관료도 비쌌어
소중한 기억을 내주어야 했거든
나는 얼음을 만들고 그 안에서 숨을 쉬었어
밖에서 보면 갇힌 듯 보이겠지만
보호받았어 나는
나의 외로움을 모조리 끌어안았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도구로
내 얼음을 깨뜨리려 했어
마치 빨리 탈출해야 한다는 듯이
한 사람이 다가와 따뜻한 손으로 나의 얼음을 쓰다듬었어
그때 녹았어 나는
웅크리며 날개는 조금 찢어졌지만
괜찮아
아직 날 수 있어
게다가 상처는 무늬가 될 수도 있잖아
아직 녹는 중이야 나는
언젠가 흐르면 더 가벼워지겠지
내가 얼음에서 물, 다시 바람이 되는 모습을
이곳에 담아 날려 보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