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 나의 존재감에 대해 조금 긴장이 된다. 주인에게 인형이 원래 두 개였다. 아보카도 인형인 나 그리고 기린 모양 바디필로우 ‘키린’. 그런데 지난달 새 식구가 생겼다. 고래 인형인가 뭔가 같은데. 이름이 웨일이란다. 내 주인은 아무래도 폴리아모리 같다. 나는 손길 한번 안 주면서 글까지 쓰고. 키린에겐 별로 관심 없지만 스킨십을 많이 하고. 키린은 기능이 명확하니까. 나는 순수한 인형이고. 그럼 웨일이는? 기능도 없고 순수하다기엔 지나치게 크고. 무엇보다 신입이라 주인의 시선을 가장 많이 받는다. 차라리 얘네랑 친해져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