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쉬쿠쉬를 먹는 마음

시간이 만든 크래커

by 아륜

바삭, 하고 부서지는 쿠쉬쿠쉬의 이 식감은 시간이 만들었다. 서른일곱 시간 동안 발효하고 세 시간 동안 숙성해 완성했다. 부드럽게 헐어지는 감촉만으로 페이스트리의 가치는 충분했다. 그러나 깨끗한 설탕까지 뒤집어썼다. 순순히 수긍할 만한 감미를 곱씹으며 나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시간은 보통 흐른다고 표현한다. 시간은 왜 힘없이 흐르고, 지나가고, 달아나는 것일까. 직접 시간을 저을 수는 없을까. 시간이라는 바다 위에 육체의 배를 탄 이 생에서 나에게 정신이라는 노가 있는데. 너무 많이 남은, 또는 부족한 시간을 나무라지 않고 저어 앞으로 나아가면 어떻게 될까. 얇은 층을 겹겹이 쌓은 다음 누군가의 미뢰에서 녹아버리는 크래커의 정성을 생각했다. 단 한순간을 위한 성실을 오래오래 가꾸는 마음이란. 스마트하게 생각하고 스트롱하게 행동하라는 기업 철학에 걸맞은 작품이었다. 나는 이 똑똑하고 강한 과자를 커피에 곁들여 먹다가, 쿠쉬쿠쉬를 만들어 낸 이들의 정신까지 알아보고야 말았다.


-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판단해서 꼭 해야 할 일만 하는 것

-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영원히 만족하지 않는 것


이것이 나를 강하고 똑똑하게 할 것이다. 지금의 나는 똑똑하지 않고 강하지도 못하다. 똑똑하면서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이제야 들었다. 그를 위해서는 발효와 숙성이 필요하다.


발효: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일

숙성: 적당한 온도와 조건에서 물질을 오랜 시간 방치하는 일


그 효력이 나타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맞다. 결국 무색하게 바스러져도 좋으니 세월에 기대지 않고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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