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다리 꼬기의 세계

무의식의 세계에서

by 아륜

중학교에 가면서부터 앉을 때 늘 다리를 꼬았다. 오른쪽 다리를 올려 왼쪽 다리를 감싸는 방식으로. 왼쪽 다리는 오른쪽 다리에게 안기고 오른쪽 다리는 자신을 마음껏 드러냈다. 자세가 예뻐 보여 취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편해서 견딜 수 없었다. 마치 흡연처럼 나는 다리 꼬기를 지속했다. 악뮤의 다리꼬지마 노래가 나올 때도 여전히 다리를 꼬았다. 전주가 흐를 때 다리를 올리고 다리꼬지마 노래를 불렀다.

어느 날 골반이 틀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의사나 트레이너의 처방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한 번에 행동을 바꿀 리가 없다. 다리 안 꼬기는 나의 처방이었다. 몇 년 전 나는 다리를 꼬는 세계에서 안 꼬는 세계로 넘어갔다. 다리를 꼬지 말아야지, 생각한 다음부터 한순간도 다리를 꼬지 않았다. 그렇게 다리를 꼬지 않는 사람이 된 줄로 알고 살았다.

나는 옆으로 누워 자기를 좋아한다. 왼쪽이 편하다. 목주름도 왼쪽이 더 깊다. 똑바로 누워 자야지 결심해 보지만 잘 되지는 않는다. 왼쪽으로 누워 잠자리에 들고 똑바로 누웠다가 오른쪽으로 누웠다가 조금씩 뒤척이면서 자는 모양이다. 자세를 크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특징이 있다면 이불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목부터 발끝까지 반드시 이불이 보호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발이 나오면 춥다고 느낀다. 옆 사람의 이불을 내 것처럼 빼앗기 외에는 잠버릇이 없는 줄 알았다.


어느 날 관찰자로부터 내가 수면 중에 다리를 꼰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이야기로 들을 때는 믿지 못해서 사진과 영상을 확인하고서야 알았다. 잠든 나는 앉아서 꼴 때처럼 다리를 감싸는 형태는 아니고 오른쪽 발목이 왼쪽 허벅지 위에 수직으로 올라가는 모양으로 다리를 꼬았다. 나는 그때 내가 알던 세계가 통째로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다. 다리를 꼬려면 오른쪽 다리를 힘을 주어 들어야 하고 왼쪽 다리에 사뿐히 착륙해야 한다. 다리가 흘러내리지 않는 정확한 각도가 있을 것이다. 자는 내내 몇 시간이고 그런 자세를 취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나는 자는 나를 모르니까, 또 알 필요도 없으니까 어떤 모습으로 자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잠에서 깬 어느 날 눈뜨자마자 꼰 나의 다리를 발견했다. 한번 인지하고부터는 일어날 때마다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몇 년 전 어느 날부터 다리를 꼬지 않는 세계에서 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전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다리를 꼬고 살아왔던 것이다. 다리를 꼬고 싶은 욕망을 꾹 참고 습관을 고쳤더니 무의식의 세계에서 더욱 오랫동안 다리를 꼬고 살았다. 자는 내내 골반이 뒤틀리는 것보다 낮에 잠깐씩 꼬는 게 나을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낮에 다리를 꼬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다리를 꼬고 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 일 년, 아직도 나는 지독하게 다리를 꼰다. 몸에 얼마나 안 좋을까 하는 걱정보다 무의식이 무섭다는 생각이 강하다. 나는 그렇게 다리 꼬기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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