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다짐하며
그 오빠에 대해 말하자면 밤샐 수도 있지만 두드러진 점 위주로 짚어보고자 한다. 한 마디로 오빠는 단점투성이다. 그 단점이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우선 오빠 때문에 시력 장애가 생겼다. 대화를 할 때 눈을 마주 보는데 자꾸 딴 곳을 쳐다보게 된다. 그러니까 눈동자가 반짝거려서 눈이 부시기도 하지만 오뚝한 코가 눈길을 끌어 시선이 분산된다. 둘 다 놓치기 싫어서 왼쪽 눈으로는 눈빛을 보고 오른쪽 눈으로는 콧날을 바라본다. 사시가 됐다. 딱히 교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음으로는 주의력 결핍 장애다. 오빠는 공부하느라 바빠서 데이트할 시간이 없다. 데이트 시간을 늘리려면 공부 데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읽을 책과 영어 단어장을 가지고 나온다. 오빠는 도대체 뭔지 알 수 없는 어려운 전공책과 노트북을 꺼낸다. 나는 한 쪽을 겨우 읽고 오빠 얼굴을 본다. 오빠는 한번 고개를 숙이면 움직이지 않고 자세를 유지한다. 내가 앞에 있든 옆에 있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데 오빠 앞에서는 못 읽겠다. 떨려서 집중이 안 된다. 오빠는 참 집중력이 좋다.
호흡곤란, 위장장애, 기분장애는 모두 오빠 때문이다. 내 몸이 제 기능을 못한다. 그렇게 가벼운 몸도 아닌데 오빠는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오빠는 나를 비논리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그 앞에서 나는 이성을 잃고 감정에 충실하게 된다. 마음을 다 잡아도 머릿속에는 한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사랑스럽다. 오빠는 지나치게 사랑스럽다. 내가 받은 나쁜 영향을 어떻게 돌려줄지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