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
내가 만든 로봇과, 나를 만든 인간과 사랑할 수 있을까?
육체적 사랑을 위한 로봇―섹스 로봇은 쉽게 가능할 것 같다. 그것은 그저 내 감각을 자극하기만 하면 된다. 시각과 청각, 촉각, 어쩌면 후각, 미각까지 실제에 가깝게 재현한다면 뇌를 속이기는 쉽다. 머리로 거부해도 몸은 중독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 사랑을 위한 로봇―사랑 로봇이 과연 가능할까? 난 되리라 본다. 대신 짧게 가능하다. 우리의 사랑이 애초에 화학물질 장난이라면 얼마든지. 인간은 영화에서처럼 약을 먹고 로봇은 프로그램대로 인간에게 안기면 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
인간과 인간의 사랑은 진짜이고, 인간과 로봇 또는 로봇과 로봇 사이의 사랑은 가짜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각자가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로봇은 설계한 대로 작동한다. 예측 불가능한 문제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신경을 긁는 말도 하지 않을 거고 체력은 무한 공급되며 늙지 못한다. 사랑을 방해하는 요인이 연구로 명확해진다면 그 단점을 결여한 로봇을 만들면 된다.
그러나 완벽한 로봇을 오래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로봇에게 내 취향대로 맘껏 사랑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을 주기는 힘들다. 내가 준다고 해도 로봇은 받지 못한다. 받는 척할 수 있겠지만 진짜로 받지는 못한다. 진짜로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내가 안다. 로봇과 사랑할 때 그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야 한다. 내 삶에서 사랑은 필요 없으니 적적함만 적당히 달래주면 돼,라고 되뇌어야 한다. 로봇은 이미 완전해서 내가 채울 곳이 없다. 내가 들어갈 곳이 없다. 나는 내가 사랑해 줄 만한 로봇의 결핍을 찾지 못해 망연자실할지 모른다.
로봇이 사랑까지 책임지는 날이 올 것이다. 일부 합리적인 인간에게 기능적으로 가능하다. 단지 윤리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