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하지 않지만 열렬히 좋아합니다

영화 <소공녀>

by 아륜

담배, 위스키, 그리고 너만 있으면 돼!


영화는 주인공 미소를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 간다. 미소는 돈이 없다. 없어도 정말 없다. 쌀이 떨어지고 월세가 비싸서 방을 뺀다. 여행객처럼 캐리어와 배낭에 짐을 모두 싣고 밴드부 시절 끈끈했던 친구들 집을 전전한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키보드부터, 재벌과 결혼해 권위적인 남편 아래 사는 기타까지 친구들은 모두 번듯한 집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house만 있었을 뿐 home이 없었다. 이혼하고 업무가 쌓여 있고 몸이 좋지 않다. 사랑하는 남자친구조차 만화를 포기하고 돈 벌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난다.

영화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걸 누리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미소밖에 없다. 미소는 담배와 위스키를 사랑한다. 집이 없어도 디스플러스여도 담배는 꼭 피워야 한다. 위스키값이 올라도 바에서 마시는 위스키 한 잔은 포기 못 한다. 부잣집 친구는 이런 미소를 보고 염치없는 생활을 한다고 말한다.


술담배는 기호식품이며 안 해도 사는 데 지장 없다. 꼭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꼭 필요하지 않지만 열렬히 좋아하는 대상을 향유함으로써 얻는 기쁨은 나를 살아있게 만든다.


"여긴 집이 아니라 감옥이야. 매달 100만 원씩 20년을 갚아야 해."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헤프면 어때요."


영화는 취향과 취미의 중요성을 말한다. 부수적이고 덜 중요해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나를 지탱하고 있다. 나만의 자유로운 영역이 무너지는 순간 나는 갈 곳을 잃는다.


미소는 머리가 하얗게 새는 백발증을 앓고 있는데, 약을 먹지 않으면 흰머리가 자란다. 나중에는 약값을 포기하고 백발인 상태로 위스키를 마신다. 누리지 못하는 흑발보다는 백발이어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젊음이라는 뜻으로 봤다.


전고운 감독, 시나리오상과 신인감독상을 동시에 받았던데 그럴 만하다.


Microhabitat: 미소(微小)서식 환경 (미생물·곤충 등의 서식에 적합한 곳)





*굵은 글씨로 표기한 부분은 영화 속 대사를 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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