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모르는 음악이 싫다

<음악 혐오> - 파스칼 키냐르

by 아륜

음악과 혐오가 함께 있는 모습을 처음 봤다. 소리와 청각에 대한 파스칼 키냐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음향적 풍경이란 없다고 했다.


‘풍경이란 눈에 보이는 세계에 대한 일정한 거리 두기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소리에는 그러한 간극이 존재하지 않는다. 소리는 나라다. 서로를 응시할 수 없는 나라. 풍경이 없는 나라.’

‘음악에는 숙고도 응시도 없다.’


189쪽에 이르러 그의 정의를 발견했다. 음악 혐오라는 표현은 음악을 그 무엇보다 사랑했던 이에게 그것이 얼마나 증오스러운 것이 될 수 있는지를 말하고자 한 것이다.


귀는 항상 열려 있다. 키냐르의 말대로 귀에게는 꺼풀이 없다. 귀는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 한다. 세상에는 음악이 아닌 소리도 많다. 소음은 나를 닳게 한다. 마음을 찢는 소리는 청자의 허가 없이 귀를 통해 몸에 침입한다. 음악은 거리를 둘 줄 모른다. 시공을 초월한 불가항력 앞에 귀는 없는 무릎을 꿇는다. 머리로 깨닫기 전에 몸이 사로잡힌다. 음악은 심박수를 높이고 고개를 젖히고 눈빛을 젖게 한다. 듣는 이는 들뜨고 가라앉는 양극을 경험한다. 음악은 가장 조용하고 빠르게 육체와 영혼을 빼앗을 수 있는 무기다.






*굵은 글씨로 표기한 부분은 책 속 문장을 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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