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단상]
<버스를 놓치면 보이는 것들>
이럴 때 쓰는 표현인가. 깻잎 한장 차이, 간발의차, 열보가 부족해서 버스를 떠나보냈다. 떠난 놈에게 미련가져봐야 내 마음만 손해.
가긴 어딜가나, 오래된 표현으로 터미널 대합실. 그곳에 앉았다. 전면유리를 통해 정겨운 시골 풍경, 농촌 냄새가 이제야 들어온다. 그 풍경 속 '나였던 나'를 본다. 외박나온 군인과 여인, 투명한 콧물이 인중까지 흐른 아이, 매끈한 R발음으로 이말-트(e-mart)를 발음하는 필리핀 여인들, 우기듯'원조' 라는 말을 대문짝만하게 써 붙인 국밥집들, 그리고 검은봉다리에 꼬깃꼬깃 넣은 오징어와 소주를 주섬주섬 보자기에 싸시는 백발의 할아버지까지.
백일휴가 나온 나에게, 해병대도 아닌 나에게 수고했다며 하고 다니지도 못할 붉은 톤의 머플러를 둘러주던 그 사람이 생각나는 나른한 오후의 터미널. 쌉스름 한 기억과 함께 옥수수 수염차 한잔 머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