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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 Oct 07. 2015

<나를 오롯이 알아가는 일>

자아찾기2

<나를 오롯이 알아가는 일> 

그곳을 떠난 후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는 단번에 무너져 내렸다. 한동안 나는 내 자신이 불안했고 나를 어리석고 미련한 존재로 폄하했다. 그럴수록 나는 어두워져갔다.

요즘 나의 대부분의 날들은 평범하다.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끝난다. 나는 매일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그의 말을 수단화한다. 지면에 실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고 배우고 싶은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을 나눈다. 배우고 적용하려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수단화 된 말들은 내 인생에 있어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하는 듯하다.

나는 요즘 나 자신을 알아 가는데 흥미를 느낀다. 그것이 내 인생에 윤활유가 된다. 나는 매일 내게 찾아온 외로움을 맞이하고 슬픔을 만나고 두려움도 본다. 하루를 망치려는 알싸한 감정이 불안이라고 그 감정을 폄하하거나 끓어오르는 욕망을 모두 불온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고 그 감정과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은, 이불 속에서 뭉그적대며 꿈을 꾸역꾸역 음미하는 아침 7시 30분. 뜨뜻한 물을 틀어 쏴아 하고 내리치는 물을 등에 맞는 저녁 8시. 사과 한 알을 깎아 아삭아삭 씹어 과즙을 입안 가득 머금는 저녁 9시. 불현듯 찾아오는 불안의 이유를 들여다보는 늦은 11시다.

들여다볼수록 나는 외롭고 가난하고 감정이 시시각각변하는 불온전한 인간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그런 단출함이 좋다. 일관성은 없지만 변화하며 더 나은 존재로 살아가려는 내가 좋고 그 변화와 함께 생성되는 표표함이 좋다. '만만하게 살겠다'는 나의 헛된 포부도 나는 좋다.

나는 종종, 아니 자주 외롭다. 헛헛하다. 그러나 이런 나의 외로움을 조금은 다룰 수 있게 되었을 때, 경박한 불안과 필요한 고독을 분별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나의 감정과 상의 하는 일. 뭘 그리 하고 싶은지,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지 궁금해 하는 일. 나를 오롯이 알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 나의 유일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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