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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 Oct 08. 2015

<통通한다는 것>

<통한다는 것>

을지로3가의 한 카페. 회의의 클라이맥스.  새 코너 기획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일 때 떠오른 그 말. "우리 사무실 한번 놀러와." 얼핏 계산을 해보니 15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둘 중 뭘로해도 조삼모사 같은데 왜 이렇게 날들을 세우시는지. 희의가 끝나기가 무섭게 지하철로 내리 걸었다. 17분 걸려 동교동 삼거리에 있는 사무실을 찾았다. 책으로 둘러쌓인 아늑한 공간. 그를 만났다. 마냥 친하지도 편하지도 않은 애매한 관계. 취재나 기획에 영감을 얻으려 찾았는데 훨씬 더 큰 걸 얻었다.

믿음에 근거한 대화가 주는 희열. 어제는 동생의 말을 듣는 밤이었지만 오늘은 내 마음을 쏟았다. 허무함이 덜 한 건, 엉성하게 만든 나의 말이 테이블 위로 떨어지지 않고 그의 귀를 통과해 다시 그의 입으로 나오고 있었기 때문. 깊은 곳에 있는 말이었기에 언어로 만드는 과정도 결과도 투박했는데 그걸 용케받더라. 내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한 건 화술이 아닌 그의 넉넉한 마음씨. 그리고 믿을 수 있는 판단력. "이야 이런 것까지 이야기하네, 나 참." 이란 말은 세 번이나 내뱉으며 한 말은 잊어주세요. 형. 말하게 하는 힘. 이끌어내는 마력. 통하는 것이 주는 기쁨.

대화를 마치고 그가 합기도하는 곳을 찾았다. 20분간 멀뚱히 몸 푸는 모습을 보고 온 나. 돌아오는 버스 안, 내내 생각해도 왜 갔는지 도무지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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