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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 Sep 27. 2019

'평화'란 무엇인가

2015년 제주도 강정 평화마을을 다녀와서

평화(PEACE)란 무엇일까.


'평화'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인간집단(종족,씨족,국가,국가군) 상호간에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되어 있다.  


사전적으로 보면,  평화는 '전쟁의 반대말'이며, '무력충돌'이 없는 상황, 안보가 보장된 상황을 뜻한다. 과연 그것이  '평화' 일까.



'평화'의 정의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전승되었다. 그리스엔 평화의 여신 아테네가 있었고, 유대 시대엔 평화 사상으로서의 샬롬, 로마시대에는 정치적 평화를 나타내는 '팍스로마나'가 평화를 상징했었다.


전쟁이 만연한 서양 전국시대(戦国時代(?))에서 전쟁으로 부터의 평화를 갈망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없다고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었을까. 평화가 보장되었을까. 그런 것만은 아닌 듯 보인다.




로마가 안정적으로 통치를 시작한 1-2세기에도 '전쟁같은 삶'은 사는 사람들은 있었다.  하등민족으로 취급된 식민지 국가의 사람들이 그랬다. '로마의 평화'는 로마제국의 지배계급들에게는 태평성대였지만,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던 식민지 민중들에게는 로마의 평화유지를 위한 로마의 폭력과 착취로 고통받는 제국주의 체제였던 것이다. 결국, 그런 평화는 지배자들에게만 유효한 것이었다.


전쟁은 본래적 인간 삶의 일부가 아니다. 전쟁 없는 삶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그것이 평화로움을 뜻하는 본래 뜻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평화가 무엇이란 말인가. 사실, 평화는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다.... '밥'이다. 


알다시피, 평화(平和)의 한자어는 평평할, '평'-화목할 '화' 이다. '모두가 고루 화목하는 것'일텐데, 화목의 한자어에 그 조건이 있는 듯하다. 화목할 화 '和' 는  벼 화 '禾', 입 구 '口' 로 이루어졌다. 화목할 조건으로 조상들은 입으로 쌀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동의한다. '밥'없이 '평화' 없다는 것에. 오죽하면 김지하 시인도 '밥은 하늘이다'라고 이야기했으랴. 요즘 같은 시대에 밥 못먹는 사람 어딨냐 만은, 놀랍게도 아직 있더라. 그런 사람은 목소리를 못내서 몰랐을 뿐이지 늘 있다더라. 갑자기 찾아온 통보에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더라. 자신이 평생 일구던 논,밭으로 군사기지가 지어진다고 통보하나 받고선 '이게 왠 날벼락이냐' 싶은 상태로 아직도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르게 '울분'으로 쌀을 삼키며 하루하루를 '전쟁 같이 사는 삶'이 아직도 있더라.




'평화'를 위해 '평화로운 일상'을 포기한 사람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라고 선언하며 제주의 일에 온몸 던져 투신하고 있는 활동가들.

'세상의 평화'와 '하나님의 평화'는 다르다며, '안보'를 '평화'로 왜곡하는 정부와 해군을 끊임없이 일갈하고 있는 신부님들.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평화가 무엇입니까' '신은 평화를 주관하고 계신것이 맞습니까' '평화는 인류가 추구해야할 가치가 맞습니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같은 단어를 쓰고 있지만 다른 점이 있다는 것. 우리가 그것을 분별해야 한다는 것.


'평화의 섬 , 제주' 이 아름다운 말을 '해군'도, '강정마을'을 사랑하는 활동가들도, 강정마을 사람들도 모두 같이 쓰고 있지만, 그들의 '평화'와 이들의 '평화'는 분명 다르다는 것.

'지배자들의 언어'와 '서민의 언어'는 의미에 있어 차이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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