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릴 수 있고, 지금은 틀렸는데 그때는 맞는 것이 있다.
개차반으로 살고 있는 나의 삶은,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적어도 나에겐 맞다. 필요한 과정이고 성장의 경험이 될 것이다. 나는 내 마음에, 내 기분에, 내 욕망에 정직한 삶의 과정을 겪고 있다.
윤리적으로, 성경적으로 금기여서 스스로 하지 않았던 것들. 화가 났을 때 속 시원히 욕을 하고, 상대에게 그런 것들은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니 조심해 달라고 하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담배 연기를 마시고, 이성에게 끌려 그냥 좋다고, 예쁘다고 말하는 것들. 틀린 것이라고 믿었지만 경험해보면 나쁠 것 없는 그런 것들을 하는 하고 있다.
2.
그녀가 걸죽하게 취했다. 건대 앞 선술집에서 우리가 만난지 2시간 만에. 난생처음 먹는 조합이었다. 딸기 막걸리와 김치전 피자라니. 달고 짠 것의 조합. 피자 두 조각을 먹고 막걸리만 냅다 들이킬 수 밖에 없는 안주였다. 그래서였을까.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리액션은 점점 커져갔다. 처음에 대답을 회피했던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는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길게 답했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한층 덜 건조해져 있었다. 그녀의 젖은 눈동자가 나는 좋았다. 그것에 대한 찬사를 하고 싶어서 내가 던진 추파의 수준은 그저,
"눈이 특이하시내요." 이러니 내가 연앨 못하지.
문득 그녀가 왼쪽을 위쪽으로 꼬은 다리를 반대로 바꾸며 내 정강이를 건드렸다. 그때 내가 던진 드립의 수준은, "말없이 스킨십하기 있어요?"였다. 이러니 내가 장갈 못가지.
희망적인 건 2차다. 위에 입은 가디건을 벗을 정도로 달아오른 그녀는 내가 명백히 자신의 타입이 아니라고 했다.
근데 왜 희망적이냐고? 그건 그녀가 나에게 "머리는 똑똑하네"라고 말했어도, 내가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고갤 끄덕일 때, 그녀가 하이파이브를 요청해서도, 나도 사실 다른데 가면 인기 없는 남자는 아니다 라고 한것에 그녀가 "그럴 것 같아"라고 해서도, 뜬금없이 던진 "내가 연하라 안 되요?"란 말에 그녀가 미소를 머금으며 피식 웃어서도 아니다.
2차로간 펍을 나오며 그녀가 느닷없이 낀 팔장이 희망이다, 라고 또 착각을 한 것이 아니다. 그건 그녀를 부축하며 낀 팔짱과 옆구리로 넣은 손으로 다시 그녀의 손을 잡아서다. 그냥 좋은 관계가 될 것 같은 느낌. 친구든 연인이든 그냥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느낌이 희망이다.
나는 그냥 그순간을 즐겼다. 그리고 만취한 그녀를 집 앞에 두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강변북로 양화대교 쪽을 지날 때, 그녀에게 "나 무사히 집 안착"이란 문자가 왔다. 나는 베시 웃었다.
_2016년 9월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