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여전히 판단이 서투르고 성장은 더딘 나를 발견할 때,
생각이 불안하고 마음은 옹졸한 자신을 바라 볼 때 나는 하늘을 본다.
하늘의 달이 말하는 듯 하다.
-나 잘하고 있는 걸까?
“거창하게 살려말고 너 답게 살어."
안도가 되기 보단 안습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때 비로고 전면적으로 총체적으로 겁이난다.
아리고 쓰린게 목인지 어깨인지 삶인지. 작은 6번 경추 뼈가 약간 돌아갔을 뿐인데 온몸이 뻐근하다.
하늘만 바라보고 살 순 없다. 현실을 살아야 한다. 나는 오늘도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박근혜 탄핵 촛불이 열리는 날 나는 집으로 갔다. 나는 세상 앞에 딱 3걸음 뒷걸음친 채로 세상을 보고 있음이 슬프다. 역사를 자신의 장난감정도로 생각하는 자들의 세상에서 나는 하늘을 보기보단 땅을 본다. 내 삶을 살기도 버겁다, 지금의 나는.
땅을 꿋꿋히 딧고 빨래를 하고 방을 닦고 책상을 정리한다.
그리고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을 읽는다.
이 땅의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나의 일상에 디스토피아가 이루어지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낮은 몸에 갖혀 있지만 높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라고 말하며 삿뽀로 맥주 한잔 들이킨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노인들이여, 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해요. 분노하고, 분노해요. 사라져 가는 빛에 대해. (Dr. 만)
란 구절이 보인다.
잠시 부끄러워지지만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거부할 수 없게 또 내일은 오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