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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 Sep 27. 2019

소주 권하기 부담스러운 사회라니

2019년 5월 기자수첩 



“이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현진건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 마지막 대목이다. 소설 속 화자는 구한말 사회의 현실 때문에 자주 술을 마신다고 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술 마시는 이유가 훨씬 많아졌다. 직장, 가족,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술을 부른다.

하지만 이제 마음껏 술을 마시는 일조차도 녹록치 않게 됐다. 소주가 병당 5000원 시대가 현실이 된 탓이다. 하이트진로 ‘참이슬’ 출고 가격이 이달부터 6.45% 인상되며 소주를 5000원에 파는 집이 많아졌다. 2000년 초반 2000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가격 상승폭이 상당하다.


해당 업체는 “원부자재 가격, 제조경비 등 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했다"고 인상 요인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소주의 원자재 가격이 과연 상승했을까.


출처 = 플리커


시중에 판매되는 희석식 소주는 곡물원료를 발효 후 증류, 정제하여 만든 순도 95% 이상의 에탄올(주정)을 주원료로 한다. 값싼 원료로 제작돼 첨가제로 맛을 냈기에 희석주 가격이 저렴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2년간 곡물가격을 보면 상승폭이 2% 미만이다. 오름세와 내림세의 반복이었다. 국제 에탄올 가격도 하락세였다. 원자재가 상승 외에 주세법 개정이라는 변수를 앞에 두고 미리 가격을 과감히 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소주 가격이 오르면 우리는 흔히 ‘물장사가 남는 장사’라며 소주 가격을 올리는 식당 탓만 한다. 가격인상의 주체는 해당 주류 업체다. 소비자로써 가격인상이 합당한지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업체도 긴장을 한다.


‘소주’는 서민술의 대명사다. 우리는 없는 시절 새우깡에 ‘깡소주’를 즐겼고 돈을 벌기 시작하며 삼겹살+소주 한잔을 곁들였다.


현진건 소설가는 술 권하는 사회가 괴롭다고 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술 권하기 부담스러운 사회’가 아닐까. 우리 사회가 소주 한잔 맘 편히 사기 힘든 사회는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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