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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 Sep 27. 2019

`묻지마 창업` 이제 그만

자영업 실패로 가계 경기에 ‘대공황’이 닥친 적이 있다. 때는 1999년 여름, 어머니가 창업한 문구점이 망했을 때다. 


반추해보면 장사를 접은 결정적 이유는 두 가지다. ‘묻지마 창업’과 임대료. 즉 철저한 투자금 회수 전략이 없었고 초기 수입이 더딘 상태에서 임대료 부담이 가중돼 사업을 접은 것이다.



20년이 흘러 자영업 종사자(25.5%)가 OECD 국가 중 다섯 번째로 많은 나라(통계청)가 되었지만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묻지마 창업’과 임대료 부담을 빠른 폐업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가족 인건비 비중이 높은 한국 자영업 특성상 인건비는 전체로 치환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2017년 기준 1인 ‘나홀로’ 자영업자는 400만명으로 OECD 4위 수준이고 가족 인건비 비중이 65%가 넘는 사업장은 과반수가 넘는다. 






자영업자들은 임대료에 더 큰 부담을 느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 합정동 기준 상가 임차료 평균 상승률은 215%다. 연 평균 16% 이상 올랐다. 반면 외식 경기 지수는 갈수록 떨어진다. 영세 자영업자가 견딜 리 만무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서슬퍼런 현실을 간과한 ‘묻지마 창업’ 정신이다. 잡스도 울고 갈 도전 정신 탓에 준비 기간이 1년 미만인 창업자가 72%(중기부)다. 결과는? 창업 5년 생존율 17.9%다.


백종원 대표는 아이템 분석 시 ‘대박집’이 아니라 안 되는 점포 수십 곳을 다닌다고 했다. 창업 시 절대 피해야할 요소만 지켜도 평타는 친다는 것. 지금 아는 걸 그 때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어머니께 백종원 책이나 선물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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