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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지 Jul 09. 2022

사랑은 치즈




사랑은 갉아먹는 것이다.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 치즈는 늘어진다. 퀴퀴한 냄새가 나면 잘 익었다는 것이다. 익은 마음들은 우수수 떨어지고 단 하나의 초록색 단감이 나의 텁텁한 속내이다. 갉아먹는 거라고? 사각 사각, 와르르, 우당탕, 번개가 치는 밤에도 갉아먹는 거라고? 넌 참 여유롭구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못 잡고 11개의 정거장을 지나 술이나 먹으러 가는 내가. 여유롭다니. 갉아 먹어주마. 그깟 사랑에 목숨 거는 소설 속 인물들에겐, 정원 딸린 집이 있었다. 로미오에겐 약을 살 돈이 있었다. 내 사랑에는 돈이 없고, 내 얼굴색은 아직 초록색이다. 감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 치즈는 잘 숙성되었고, 내 나이는 곧 스물 셋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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