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영, <아무도미워하지않는개의죽음>, 창비
-발췌
p.238 개라는 동물이 참 희한합니다. 동종의 부모나 형제보다 사람인 나를 더 좋아하고 의지해요. 동종보다 인간을 더 사랑하는 동물은 개밖에 없을 거예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동종과 싸우다 죽을 수 있는 동물이 개입니다.
(중략)
도덕이라는 것도 어쩌면 나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나와 가깝냐 안 가깝냐, 나와 함께할 수 있느냐 없느냐. 도덕이 뭐 대단한 양심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이토록 이기적인 ‘나’에서 출발하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요.
-단상
이 책 읽기를 좀 두려워했다. 내가 알지못하는 어떤 지옥이 펼쳐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는 다른 사람이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읽었다. 생각보다 더 처참하고 끔찍한 현실을 알게 되었지만 예상만큼 많이 고통스럽거나 슬프거나 아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완독을 향해갈수록 차분해져서 논리적으로 심정적으로 윤리적으로 왜 동물을 대접해야 하는지 납득하게 되었고 실천까지도 한 걸음 떼볼 의향도 생겨났다. (하재영 작가의 문장이 가진 거리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를 아는 사람, 동물과 함께 살고 있거나 살아봤던 사람, 동물과 함께 살고픈 사람, 아니아니 좋아하지 않더라도 별 관심 없더라도 고양이나 강아지가 지나가면 눈길을 주는 사람들,
가능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