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와 올케
남자가 죽었다. 문상객이 뜸해지자 진이 빠진 올케 앞으로 시누이가 슬그머니 다가섰다.
“고생 많네, 아가씨. 저녁 손님 오기 전까지 쉬엄쉬엄하자.”
“언니! 할 말이 있어요... 정말 중요한 얘기야.”
굳은 얼굴로 바싹 들이대는 시누이를 올케가 달랜다.
“표정 하고는, 참. 여동생이 마누라보다 슬플까? 가신 분, 잊어요.”
“들어봐요. 남편 먼저 보낸 지 스무 해 가까운 내가 언니한테만 슬쩍 일러줄 얘기라니까.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은 비밀.”
아무리 허물없이 지내온 시누이라지만 이런 마당에 위로가 될 말이 뭘까 싶어 올케는 심드렁하다.
“때 되었으니 가셨겠지. 나 괜찮대도, 아가씨. 굳이 나를 달래려고 애쓸 필요 없어요.”
시누이가 흔들림 없이 말을 잇는다.
“남편 없는 혼자 인생, 그런대로 괜찮아요. 생각보다 훨씬 좋아. 언제든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생각대로 해도 되고. 날 봐요, 언니. 잘 지내잖아. 매일 신랑 챙길 부담 없고 잔소리 들을 일도 없지. 그럭저럭 쓸 만큼 있겠다, 그냥 재미있게 살면 돼. 걱정하지 마요.”
“아이고, 남들이 들을라. 그걸 말이라고, 아가씨도 참.......”
“언니, 기뻐 날뛸 일 아닌 줄 알아. 그래도 내 말 곰곰이 새겨 봐요.”
“오빠가 나까지 욕할라. 어쨌든 아가씨가 최고예요. 고맙네.”
고개를 저으면서도 올케는 적잖이 위안을 얻은 모양이었다.
장례 끝나 얼마 후 가까운 친척들이 모인 자리였다. 시누이와 올케는 후미진 부엌 싱크대 앞에서 입을 틀어막고 마주 보며 한참을 낄낄거렸다. 입관 직전 올케가 읊었다는 고별인사 때문이었다.
“여보, 그동안 애들 먹여 살리고 내 비위까지 맞추느라 정말이지 고생 많았어. 당신 먼저 가서
잘 지내고 계세요. 미안. 나, 조금만 더 있다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