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버린 건 아니고, 그냥 누구에게 주었다.
원래부터 동식물을 키울 생각이 없던 나였는데, 선물을 받아 어쩔 수 없이 키우기 시작했다.
아레카야자였다.
초록의 살아있는 물체가 집에 있다니 혼자 사는 집이지만 혼자가 아닌 기분이 들기도 하고 여러모로 좋았다.
일주일에 한 번 씩 물만 주면 알아서 잘 자랐다.
기특했다.
또 심미적으로도 예뻤다.
이런 맛에 식물을 키우나보다, 싶었다.
이름도 지어주었다. 호평동에 사는 아레카 야자, 호자.
잘 크라고 화분도 갈아줬었는데...
키우기 2년 정도 지났을 때였나, 1개월 전쯤이었다.
"아, 맞다! 호자한테 물 안 줬다!"
월요일마다 주던 물을 까먹어 수요일에 주었다.
아, 내가 우려했던 것이 이거였다.
관심 갖는 걸 까먹는 ,. 지속가능한 관계여야 했는데 물 주는 걸 까먹은 것이다.
2년을 꼬박 월요일에 물을 주었으니 한번쯤 수요일에 주는 게 그리 큰 일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한데, 난 여태 호자에게 물 주는 걸 호자에게 신경쓴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당연한 거였다. 그냥 아무 생각 없는 생활 루틴 같은 것.
아침에 사과 하나랑 땅콩버터 한 스푼, 계란 2개 먹는 루틴 같은 것.
근데 이 루틴을 까먹었다고 깨달은 그 찰나에 앞으로 죽을 때까지 호자를 신경 써야하는 구나, 라고 인지해버렸다. 그토록 내가 우려했던 일이 생긴 것이다.
이것은 사랑이 식고의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내가 처음에 식물을 키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이유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호자가 더이상 내 생활에 없기를 바랐다.
나는 바로 핸드폰을 들어 카톡창을 켰다. 그리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운동 단톡방 일원 중 한 명에게 줘버렸다. 그렇게 호자는 갔다.
안녕. 내 첫 식물 호자.
슬프지도 않았다. 후련했다.
며칠 뒤,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넌 나중에라도 동물 안 키울 거야?
"예전에 친척이 이사간다고 고양이를 맡아달라고 한 적이 있거든, 한 한 달 봤는데. 안 맞더라. 너무 혼자 있고 싶었어."
"엥?"
내가 생각해도 정말 엥스러운 대답이 아닐 수가 없다.
혼자 있고 싶을 때 혼자 있고 싶은,..
휴먼,.. 사람.., 바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