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

진짜

by 십일월


최근 신촌극장에서 <유명 배우 되기>라는 연극을 봤다. 무명 여자배우 다섯이 유명 배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담았다. 극본은 배우 다섯이 ‘직접’ 썼다. 연극에 그들의 진심은 어디까지 녹아 있었을까. 내 작품도 나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담은 작품이라, 그 모습과 겹쳐보이기도 했다. 나는 평소 연극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가짜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연극은 진짜 재미있었다. 내 친구들을 데려오고 싶을만큼. 그리고 연극은 사람들을 몇 번이고 웃겼다. 사람들을 웃기는 건 진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배우들은 연기를 뛰어나게, 진짜로 잘했다. 연기천재여서였을까, 아니면 본인들의 이야기라서였을까. 아마 관객들도 이게 ‘진짜’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몰입했을 것이다. 영화로 치면 긴박한 결말 뒤, 검은 화면 위로 뜨는 하얀 글자.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영화관을 나서자마자 허겁지겁 핸드폰을 꺼내어 실화여부를 확인하는 그 마음. 그게 ‘진짜’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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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진짜란 무엇일까. 나는 요즘 왜 ‘진짜’에 꽂혔을까.


진짜가 아니면 싱겁고 재미없다. 진짜가 아니면 티가 난다.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누구든 알아챈다. 날 잘 모르는 사람도, 날 잘 아는 사람도, 심지어 아무 것도 모를 것 같은 어린 아이도. 가짜는 티가 나고, 사람들을 사로잡지 못한다. 이건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장사꾼이 자신의 가게에 흥미를 잃으면, 영화 속에 감독이 정말로 말하고 싶은 본질이 없으면, 친구를 만났을 때 친구의 눈동자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으면, 티가 난다. 진짜는 ‘진심을’ 의미하는 것이지 ‘진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에는 옳고 그름의 기준이 없다. 진짜는 뜨거운 마음이고, 누군가를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어떠한 윤리적 잣대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진짜를 확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물질적인 방법으로는 돈이고, 비물질적인 방법으로는 시간과 마음이다. 길거리 음악가에게 정말로 감명 받았다면 우리는 기꺼이 돈을 내고, 좋아하는 영화는 몇 차례라도 돈을 주고 관람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주머니와 가방을 뒤져서 과자 하나라도 주려고 애를 쓴다. 이처럼 진짜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쓰고, 어떻게든 감사를 표하고, 찬사한다.


나는 어느 한 사건을 통해 ‘진짜’가 무엇인지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 과장하면, 한평생 꿈꿔오고 소망했다는 것을. 그 사건을 설명해야만 ‘진짜’에 대해 진짜로 논의할 수 있을 텐데, 지금 당장 설명할 수 없어 답답하다. 몇 달 동안 고민한 이 글이 무력하게 느껴진다. 하여튼 그 사건은 ‘진짜’가 아닌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것이 모두 가짜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진짜’를 위해 살고 싶다. 어줍잖은 내 거짓말 속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다. 내 위선마저도 진짜였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이 모순을 안고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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