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립 남서울 미술관

컴포지션 x 파이롯트 만년필 클럽 | 동네 좋아하는 장소에 대한 글쓰기

by Jane Song



컴포지션 x 파이롯트 만년필 클럽 | 동네에서 좋아하는 장소에 대한 글쓰기 기록


만년필 클럽 글쓰기 모임에서 '좋아하는 동네 장소'를 주제로 글을 써야 하는데, 자주 가는 카페도, 산책로도 글감으로 와닿지 않았다. 아마도 요즘 조금 냉소적 여진 것 같다. 그만큼 마음과 시간에 여유가 없다는 뜻이겠지-바쁜 프로젝트 중에는 꼼짝달싹 못하니, 가고 싶은 전시를 기록해 두고, 업무가 마무리된 날 미술관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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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품도 좋지만, 사실 미술관의 공간을 느끼고 싶어서다. 텅 빈 전시장 안에서 우드커니 작품들을 바라보는 그 행위와 조용하고 느슨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집 근처에 있는 서울 시립 남서울미술관, 공간과 건축 양식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이곳은 1905년, 대한제국 시절 벨기에 영사관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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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건축의 클래식한 외관은 붉은 벽돌로 마감된 벽면, 좌우 대칭 구조, 박공지붕과 돌기둥이 만들어내는 비율의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건물 앞 정원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미술관 입구에 다다른다. 푸른빛이 도는 회색 두꺼운 철제문, 금색 장식이 어우러진 커다란 문고리를 밀고 들어서면, 새하얀 벽과 높은 층고, 검고 단정한 샹들리에가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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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복도를 따라 걸으면 양옆으로 여러 개의 전시 공간이 이어지고, 정면에는 좁고 경사진 계단이 시선을 이끈다. 맨들 맨들하게 코팅된 어두운 나무 바닥, 하얗게 칠한 벽면, 방마다 절제된 느낌의 짙고 검은 창틀, 그에 대비되는 화려한 몰딩 장식의 조화가 모던함과 고전적인 미감이 공존하게 한다. 이질적인 것들이 공존하게 된 서울의 모습과도 잘 어울린다. 이 공간의 오묘한 분위기는, 작품 전시 하나 없이도 공간 자체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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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우연히 미술관 앞을 지나가다 문이 열려 있길래 무심코 들어갔는데, 그때는 리모델링 중이라 텅 빈 공간들을 오롯이 구경할 수 있었다. 마침 미술관 직원분과 마주쳐 공간에 대한 히스토리와 인상에 대해 대화를 나눴던 잠깐의 순간이 지금까지도 이 미술관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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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바쁜 일정들이 끝나니, 커피를 사들고 미술관에 들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