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칸야마, 도쿄의 건물들

Tokyo Trip ① 도쿄의 건물들

by Jane Song



Tokyo Trip ① | 다이칸야마, 도쿄의 건물들


나카메구로 - 다이칸야마

나카메구로역에 내려 가장 먼저 아이엠 도넛의 달콤한 냄새와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조금 걷다 보면 안이 훤이 보이는 통창의 츠타야 서점을 지나 메구로 강을 건너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의 카페, 상점과 건물들을 발견하며 15분 남짓 걷다 보니 비로소 다이칸야마를 잘 찾아왔구나라는 걸 알게 된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감각적인 패션, 라이프스타일 부티크, 갤러리, 서점, 카페, 레스토랑 등 골목마다 자리 잡고 있어 일본의 브루클린으로 불리기도 한다.






다이칸야마 지역의 이미지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 츠타야의 T-SITE 일거다. T-SITE는 숲 속 도서관을 콘셉트로 츠타야 서점, 스타벅스, 아이비플레이스, 모토밸브를 산책하 듯 거닐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T-SITE 주변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크고 작은 갤러리, 편집샵, 더 콘란샵이 있다.



더 콘란샵



다이칸야마는 일본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주거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감각적인 상업 시설과, 주거 지역 두 요소가 공존하며 만들어진 특유의 매력적인 분위기는 정돈된 듯하면서 호기심과 감각을 자극하고 부촌에서 느껴지는 정갈함과 고요함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건 즐비하지 않게 자리 잡고 있는 건물들과 함께 적당히 채워진 거리의 나무와 풀, 식물들로 일본 특유의 정원 양식 덜 다듬어진 듯한 자연스러운 형태와, 편안함의 여백이 걷는 행위만으로도 쉼을 만들어낸다.




언젠가부터 거리를 걷다 좋아하는 것들을 찍어 모으곤 했다. 사진들을 모아 보면 이러한 이름 모를 식물들과 나무들로 채워진 발코니, 우드, 대리석 같이 차갑고 따뜻함이 함께 공존하는 대비, 적당히 비워진 여백의 공간이다.




사실 이번 여행은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오게 된 일정이었다. 그저 우에노 서양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는 것 말곤 아무런 계획이 없었는데, 도쿄행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분과 우연찮게 긴 대화를 나누다 내 취향에 맞을 거라며 다이칸야마를 추천해 주셨고 잊고 있던 로그 로드, 티사이트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LOG ROAD DAIKANYAMA

도쿄도 시부야구 다이칸야마쵸 13-1


언젠가 도쿄를 가면 가보고 싶었던 장소 중 리스트 상단에 있었던 로그로드 다이칸야마 버려진 철로를 개조해 만든 재생 공원 겸 감각적인 스토어와 베이커리 카페가 모여있다.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들과 건축가들이 뉴욕 하이라인을 벤치마킹해 만든 골목 형태의 재생공원 겸 상업지구이다.


20대 초중반 공공 재생 도시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 오래된 건물이나 지형물을 철거하지 않고 용도나 목적을 새롭게 해석하고 기획해 역사와 수명을 이어가는 그런 콘셉트에 꽂혀있었다. 아마도 내가 일하고 있는 패션이라는 분야의 새로운 걸 쉽게 사고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 소비문화에 점점 이골이 나서일 수도 있다.


로그로드가 만들어진지는 이제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공간은 매력적이다. 작은 공원을 산책하듯 이어지는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짧은 2박 3일 이것도 저것도 보고 싶은 빡빡한 마음도 잠시 뒤로 한채 오전의 가을 햇살과 살짝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며 그저 지금을 즐기게 된다.



이번 여행 첫 아침식사로 로그로드 가장 끝 자락에 있는 가든 하우스 크래프트의 브런치 ― 신선한 버터 풍미에 건강한 호밀빵, 베이컨과 서니 사이드업 그리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여행 첫날부터 혼자 일본을 여행하는 초행자에게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복잡한 도쿄 지하철로 쌓인 피로와 빡침도 모두 잊게 해 줬다.







FORESTGATE DAIKANYAMA

도쿄도 시부야구 다이칸야마쵸 20-1223


다이칸야마를 한참을 누비다 진한 라떼를 마시며 잠시 앉아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질 때 즈음, 블루보틀을 목적지로 걷다 보니 발코니 틈틈이 보이는 풀들과 나무 박스가 켜켜이 쌓아 올린 듯한 건물 하나를 마주한다. 사실 존재감이 독보적이라 디자인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도 이 건물만큼은 기억에 남을 만한 모양이다.



일본의 대표 건축가 쿠마 켄코가 디자인한 포레스트게이트는 숲을 형상화한 레지던스 겸 상업 시설로 설계할 때 다이칸야마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탄생한 공간이라고 한다.



내부 1층은 높은 필로티 형태로 건물 초입에서 안쪽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개방감과 곳곳에 규모감 있는 나무와 식물들로 꾸며져 있다. 포레스트게이트는 이름 그대로 높은기둥 사이로 바람이 통하는 숲의 풍경과 산책로를 걷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며 목재로 보이는 건물 외관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 위에 알루미늄을 활용해 목재풍 디자인과 질감을 재현하면서 견고하게 지어졌다. 알루미늄을 사용한 것은 자연 소재의 부드러움을 유지하면서 이후 재활용과 보수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언젠가부터 건물 곳곳에 자연 요소를 스며들게 하고, 그 안의 사람들을 생각하는 디자이너들, 그런 건축물들에 마음이 갔다. 걷게 하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 매력 때문일지 모른다.


이곳을 걷고 보고 관찰하는 내내 의도된 여백과 밀집되지 않은 건물들 그리고 자연이 함께 공존하며 도시 자체가 산책로 같이 느껴진다. 티사이트, 포레스트게이트, 로그로드 같은 건축물과 공간 그리고 이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찾아오는 외지인들 까지도 다이칸야마는 나무, 풀, 식물, 숲 이런 자연 요소와 함께 공존을 가장 큰 가치로 두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