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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율 Apr 10. 2017

철 지나도 좋은, 포트넘앤메이슨 크리스마스 스파이스 티

티타임 노트#3. Fortnum&Mason - Christmas Spiced Tea

Fortnum&Mason - Christmas Spiced Tea


 계절이 지난 지 오래되었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 티가 생각났다. 몇 개월 전 언젠가 산 겨울 시즌 홍차들이 차 상자에 가득 있었다. 그러나 막상 크리스마스쯤에는 마시지 못하고 한참 전후로 마셨던 차들, 그게 문득 생각난 것이다. 찬장을 열어 차 상자를 꺼냈다. 아, 이 중에서 뭘 마실까. 소분 봉투들을 이리저리 넘기다 포트넘 앤 메이슨 크리스마스 스파이스 티가 눈에 띈다. 그래, 이거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지. 포트넘의 차들은 실망시키는 적이 없다.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이기도 하고.


 노트에 남긴 그림처럼, 여러 가지 향신료가 듬뿍 든 홍차이다. 풍부한 향이 후각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찻잎 사이사이에 흩어진 붉은 잇꽃을 보니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장식이 생각난다. 갑자기 계절을 거슬러 올라간 기분이다.

차에서도 향신료 맛을 진하게 느끼고 싶어 우려내는 시간을 길게 잡았다. 한 모금 맛보니 그래도 과하지 않은 듯하다. 정향의 알싸한 맛이 가득해져 입안이 화하다가 달큼한 맛으로 마무리된다. 뱅쇼의 다른 표현이라는 멀드 와인 가향이 들어간 것은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어딘가 계피가 느껴지는 듯도 하고. '크리스마스 스파이스 티'라는 이름과 차의 맛, 그리고 향이 한데로 아우러진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여운이 남는다.


 다음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 다시 이 차를 주문해야겠다. 오랜만에 아기자기하게 크리스마스 장식도 해야지. 크리스마스이브의 노을이 내려앉으면 트리 전구들은 깜박이기 시작할 테고, 감미로운 캐럴이 흐를 것이다. 그때쯤이면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치고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영화를 보고 있겠지. 포근한 무릎 담요를 나누어 덮고서. 그리고 향신료 향을 폴폴 풍기는 크리스마스 스파이스 티를 마시고 싶다, 그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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