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돌아와 건강한 아침형 사람 되는 시차 적응 중이라 오늘도 6시 정도에 일어났다. 일어나서 항상 하는 아침용 활동을 했다; 커피 마시며 데일리 영화 맞추기 퍼즐 두 개 하고 최신 뉴스 정리해 놓은 영상 보고 모바일 게임 한 두 판. 보통 8시 30분 넘어서 일어났기 때문에 이렇게 다 하고 나면 9시 반이 되어서 씻거나 안 씻거나 10시 좀 전부터 일하기 시작하는데 오늘은 이 아침 일과를 마치고도 8시가 안 되어서 홈트를 시작했다. 자주 하는 세 가지 종류 비디오를 보면서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15'-8'이라 약 25분 정도 걸린다. 그리곤 샤워를 하고 얼굴 정리를 한 뒤에 겨우 9시가 되어서 일을 빨리 시작할까 하다가 15분 쓰기 하기를 결정했다.
굵은체로 적은 것은 서울에 있으면서 알게 된 만다라트 계획표를 따라 파리에 돌아가면 매일 습관적으로 하기로 정한 활동들 중에 하나다. 내 만다라트 계획과 실행 방법에 관한 것은 다른 날의 15분 쓰기 주제로 해야지.
15분. 무엇을 쓸까 하다가 서울에 있는 내내 그리고 특히 돌아와서 더 느끼게 된 내 삶의 약간은 억울한 패턴에 대해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하고 빨리 질리는 성격 때문인 걸지. 나는 항상 멀리 있는 것을 그리워하는 삶을 만들어 살아온 것 같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으로 점쳐진 삶.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은 옆에 있는 것에 대해 그만큼 열정을 쏟고 신경을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싶은데 진작에 알고 실천했다면 분명 다른 삶은 살고 있었겠지.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약간 의식이 생기고 기억이라는 것이 자리 잡을 무렵. 학교 공부에 집중하지 않고 집에 있는 것들을 하고 싶어 했다. 시골에 있었기에 주변의 가치를 모르고 큰 도시로, 수도로 가고 싶었다. 수도에 오자 해외로 나가고 싶었다. 해외에 처음 나갔을 때에는 모국이 그리워 돌아가고 싶어 자주 울었다. 서울에 다시 돌아와서는 이렇게 내가 잘 아는(?) 장소와 사람들 사이에서 살 수가 없을 것 같다. 한국에 남자친구가 있었으나 프랑스 남자친구를 원했고 프랑스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한국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고등학교 때는 이과로 진로 결정을 했지만 대학은 문과를 지원했다. 불어불문 학사를 땄지만 영화 석사로 전향했고 영화일을 하다가 웹 개발자가 되었다. 가족과의 지긋지긋한 날들이 지겨웠지만 그리울 때, 필요할 때 쉽게 볼 수 없는 곳에 떨어져 사는 날들이 아쉽게 되었다.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끝없는 갈망. 의식적으로 만들어낸 패턴은 아닌데 돌아보니 모든 삶이 부조화로 점쳐져 있다. 억울한 기분이 든다, 나도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충만히 느끼고 사랑하며 즐기고 싶은데. 이곳에 없는 다른 사람들, 장소들을 갈망할 수밖에 없는 오늘이 억울하지만 돌아보면 이 순간마저 패러독스의 한 부분이 될 것을 미리 알면서도 뼛속 깊이 박혀 있는 패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