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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있는 무대 Nov 17. 2021

인간답게 살기

중2 소녀에게 배우기

중학교 2학년 버디버디로 인기 많고 예쁘고 관심 있던 여자애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여자랑 대화해 본 경험은 누나와 엄마뿐이라 무슨 말을 건네야 답 쪽지가 올까 하루 종일 고민하다가 건넨 쪽지는

"인간답게 사는 건 무엇일까?"

같은 내용이었다. 멋져 보이고 싶은 찐따의 패기였다.


멋지게 보일까? 진지하다 생각할까? 등 자아도취에 빠져있던 찰나. 그 아이에게서 답 쪽지가 왔다. 짜릿.


내용은 성의 있었고 길었다. 그 이후로 그 아이를 좋아하기보단 선망하게 됐다.


답 쪽지 정확한 문장이나 단어는 생각나지 않는다. 핵심은 하나였다.


"인간의 삶에 인간이 아닌 것은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할법한 이야기를 15세 소녀가 한 거다.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와 함께 내담자가 경험하는 지옥을 방문한다. 때론 내면의 감옥에 갇혀 울부짖는 죄책감과도 대화한다. 지옥에서 경험하는 장면을 드라마화하면서 개선도 해보고 탈출도 해본다. 감옥의 창살을 잘라 죄책감을 달래 안아주기도 한다.


"이것도 나였구나."


버리고 외면했던 자신을 마주하고 인정하고 통합해간다. 그리고 힘이 있고 에너지 있는 긍정의 자기 자신이 불행하고 부정하는 자기 자신을 설득한다.


남이 나를 이끌도록 두지 않고 내가 나를 다스리도록 돕는 것뿐이다. 상담자는 이를 촉진하고 돕는 것이지 이끌 필요도 없다.


15세 철학 소녀는 결혼했고 5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연락 안 한 지 16년이 된 상태로 남으로 살지만 버디버디 쪽지에 담긴 내용은 여전히 오늘 수신한 것처럼 울린다.


버리고 싶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존중한다. 버리되 철저히 버리고 깨끗하고 예의 있게 버릴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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